"인공지능(AI) 철학자들에게 당분간 일감이 부족할 것 같지 않다. 올해 초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철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동년배보다 취업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2024년 기준 실업률은 컴퓨터과학 전공자 7.0%, 철학 전공자 5.1%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AI 기업들에 의해 앞다퉈 채용되고 있다. 루치아노 플로리디 예일대 철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 제의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매체가 많이 소개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6월24일자 기사 중 주요 내용이다. 제목은 '대형 AI 연구소들이 철학자를 대거 채용하는 이유'다. 이 기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기사는 현재 철학과 전공자가 AI 분야에 취업이 잘된다는 주장을 예일대 교수의 수치 없는 코멘트 하나로 뒷받침한다. 미국 철학과의 AI 취업률은 예일대 철학과의 AI 취업률보다 상당히 낮을 공산이 크다. 한국 철학과의 AI 취업률은 더 낮을 것이다.


[머니버스]철학과, AI 때문이라면 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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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코노미스트 기사에는 큰 누락이 있다. 통계의 일면만 부각했다. 뉴욕 연은이 실업률과 함께 공표하는 하향취업률은 전하지 않았다. 하향취업률은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직업에 종사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철학과 졸업자가 하향취업했다면 전공과 관련이 없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같은 통계에서 철학과 졸업자의 하향취업률은 47.1%로 컴퓨터과학과 졸업자의 하향취업률 19.1%보다 크게 높았다. 결정적으로 철학과 졸업자 중 얼마나 AI 직장에 취업했는지를 이 기사는 취재하지 않았다. 요컨대 철학 전공자의 AI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는 2년 전에 대해서도 현재에 대해서도 허술하다.

철학 전공자가 AI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례는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뉴욕대 철학 박사인 어맨다 애스컬은 앤스로픽에서 AI 클로드의 행동 원칙을 제정하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몇몇 사례가 철학 학사도 자신이 원하면 대부분 AI 기업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관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또 철학 전공자가 다른 학과 전공자보다 AI 기업에서 선호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AI 제미나이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현재 찾는 철학·인간가치 연구원에 지원할 최소 자격이 참고가 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첫째 박사 학위(철학이나 정치학·경제학·법학·심리학·컴퓨터과학 또는 관련 분야)나 그에 상응하는 실무 경험, 둘째 AI의 가치 정렬 등 관련 분야 3년 이상 연구 경력, 셋째 AI와 기계학습 근무 경험이다.

이로부터 AI 근무 경력을 갖추고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면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자리에 지원할 수 있지만, 철학 학사 학위로는 지원서를 제출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수능이 28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모두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응원한다. 이후 다들 희망하는 전공에 합격하기 바란다. 철학과 지망생들에게도 성원을 보낸다. 다만 AI 회사 취업을 목표로 철학과에 진학하려고 한다면 그 선택은 재고해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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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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