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셀프 출품' 논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친일파 글씨를 애국지사 유묵으로 전시…검증 부실 드러나
5만원에 구입한 개인 소장품 직접 추천…소유 사실 뒤늦게 공개
19일 국감서 여야 질타에 사과…이틀 만에 사퇴 의사 밝혀
지난해 7월 취임 후 1년 3개월 만…사의 수리 여부는 미확인
자신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직접 추천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글씨를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잘못 소개해 논란을 빚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시품 검증 부실과 소장자 비공개 문제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1일 유 관장이 개인 소장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전시 출품과 관련한 모든 논란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는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장직에서 물러나고자 사의를 표명한다"며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에서 시작됐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이 작품은 당초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됐다.
그러나 작품에 적힌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사용했던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 해당 작품을 철거하고 전문가 검증에 착수했다. 이후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의 조사를 거쳐 지난달 7일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작품의 필자를 잘못 판단한 데 이어 해당 유물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등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해당 유묵을 5만원에 낙찰받았다. 박물관은 유 관장의 추천을 받아 작품을 빌려 전시에 활용했으며, 작품의 필자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소장자의 설명 등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 관장이 작품의 소유주이자 출품 추천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립박물관의 전시품 선정과 학술 검증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박물관이 작품을 철거하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소장자가 관장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유 관장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사퇴를 촉구했고, 김석기 의원도 친일파의 작품을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작품의 소유 관계와 검증 절차, 소장자 비공개 경위를 따져 물었다.
당시 유 관장은 자신의 판단 착오와 소장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거취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시품 검증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지 이틀 만에 사퇴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유 관장은 이날 사의 표명문에서도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 분들, 그리고 박물관 직원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박물관 연구직들이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준비한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의 의의가 이 일로 인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유 관장은 지난해 7월 21일 제13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했다. 미술사학자이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영남대 교수와 문화재청장, 명지대 석좌교수 등을 거쳤다.
취임 이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대중화와 해외 교류 확대, 한국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65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관람객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박물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유 관장은 "비록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영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었다"며 "박물관의 성장을 위해 밤낮으로 함께 일해 온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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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비록 저는 떠나지만,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의 심장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으로도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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