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동연구팀, 그래핀처럼 얇은 '카고민' 개발…평탄 밴드 직접 관측
전자 밀도 기존보다 220배 이상…280K 양자현상 가능성은 이론적 전망

전자가 거의 움직이지 못해 마치 질량이 무한대인 것처럼 행동하는 특이한 2차원 물질이 구현됐다. 국내 연구진이 40여년간 이론적으로 연구돼 온 카고메 격자의 전자 특성을 원자층 하나 두께의 물질에서 확인하고, 외부 전압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보다 높은 온도에서 새로운 양자현상을 구현할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2차원 물질 '카고민(Kagomene)'과 이 물질에서 나타나는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의 특성을 표현한 모식도. 실제 전자의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상태에서 전자가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연구진 제공.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2차원 물질 '카고민(Kagomene)'과 이 물질에서 나타나는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의 특성을 표현한 모식도. 실제 전자의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상태에서 전자가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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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는 21일 강민구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조길영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교수, 박재훈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새로운 2차원 카고메 격자 물질인 '카고민(Kagomene)'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단일 원자층에서도 전자의 에너지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평탄 밴드(flat band)'를 직접 관측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지난 15일 발표됐다.


강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연구됐던 카고메 물질들은 대부분 3차원 물질이었다"며 "이를 그래핀처럼 원자층 단위로 얇게 만들어 진정한 2차원 카고메 격자를 구현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카고메 격자는 삼각형과 육각형이 반복되는 그물 형태의 원자 배열이다. 이 구조에서는 전자가 이동하는 여러 경로가 서로 간섭하면서 움직임이 억제될 수 있다. 특히 전자의 운동량이 달라져도 에너지가 거의 변하지 않는 평탄 밴드가 형성될 수 있다.


평탄 밴드에서는 전자의 유효질량이 매우 커진다.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나왔다. 전자 자체의 질량이 실제로 무한대로 증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의 움직임이 억제되면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강해져 새로운 양자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3차원 물질의 한계 넘어…전압으로 전자 상태까지 제어


카고메 격자 물질 자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여러 금속 화합물과 인공 격자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나 복잡한 전자구조 때문에 이상적인 2차원 카고메 특성을 구현하고 관측하기 어려웠다.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구현한 2차원 카고메 격자 물질의 구조와 특성. 기존 카고메 물질과 달리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 약해 단일층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특이한 전자 상태인 '평탄 밴드'가 나타난다. Nature Physics 제공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구현한 2차원 카고메 격자 물질의 구조와 특성. 기존 카고메 물질과 달리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 약해 단일층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특이한 전자 상태인 '평탄 밴드'가 나타난다. Nature Physic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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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원자층 사이에 약한 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하는 물질 계열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얇게 벗겨내 약 0.7㎚(나노미터·10억분의 1m) 두께의 단일층을 만들고, 나노 각도분해 광전자분광법(nano-ARPES)으로 전자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단일층에서도 카고메 격자 특유의 평탄 밴드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외부 전압을 이용해 전자 상태를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압에 따라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 상태에서 금속성 상태로 바뀌었고, 전압을 더 변화시키자 다시 절연성 상태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새롭게 관측된 절연 상태가 전자 간 상호작용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 예측돼 온 전자 상태를 실제로 관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자 밀도 220배…고온 양자현상 구현은 후속 과제


카고민의 평탄 밴드 전자 밀도는 기존 모아레 초격자 기반 물질보다 220배 이상 높았다. 모아레 초격자는 원자층을 미세한 각도로 비틀거나 겹쳐 전자구조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반면 카고민은 물질 자체의 원자 배열에서 평탄 밴드가 형성돼 전자들이 더 촘촘하게 분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분수 양자 비정상 홀 상태'라는 특이한 양자상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계산된 에너지 간격은 약 14~29밀리전자볼트(meV)로, 논문에서 비교한 기존 모아레 물질의 약 1~5meV보다 컸다. 높은 온도에서도 관련 양자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강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제시한 280K(켈빈) 수준의 전망에 대해 "밀리전자볼트는 에너지 단위인데, 이를 온도 규모로 환산하면 대략 140~290K 정도가 나온다"며 "그래서 최대 280K 수준의 가능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80K는 섭씨 약 영상 6.9도다. 기존에 극저온에서 연구돼 온 양자현상을 훨씬 높은 온도에서 구현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일반적인 실내 상온보다는 낮다. 에너지 간격을 온도로 환산한 값이 실제 양자상태의 작동 온도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강민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왼쪽)와 봉형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생. 서울대 제공.

강민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왼쪽)와 봉형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생. 서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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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주목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애니온(anyon)'이다. 애니온은 전자들이 집단적으로 형성하는 특이한 준입자로, 외부 교란에 상대적으로 강한 위상학적 양자컴퓨팅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강 교수는 "애니온을 이용한 양자컴퓨팅은 오류에 강한 방식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애니온이 나타나는 물질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애니온 기반 양자컴퓨팅도 오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구현과 제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으로 확인한 것은 단일층 카고메 격자와 평탄 밴드, 전압에 따른 전자 상태 변화다. 높은 온도에서 애니온이나 관련 양자상태가 실제로 나타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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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카고민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카고민을 기반으로 차세대 양자소자를 제작하고 핵심 양자현상과 양자기술을 상온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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