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영화인 줄 알았는데 내 얘기였네"…3040도 푹 빠진 '먼작귀' 뭐길래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 먼작귀 굿즈 인기
극장판 누적 관객 185만명, 성인 팬층 확산
귀여운 외모와 달리 취업과 생계, 주거 문제에 시달리는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가 성인 팬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2030을 넘어 3040 세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선 '치이카와'…한국에선 '먼작귀'로 인기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지난 19일 하루 동안 2만422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85만3136명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작품은 보수 100배라는 달콤한 제안을 받고 미지의 섬으로 향한 치이카와 일행이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연재한 '치이카와'의 인기 장편 에피소드 '세이렌 편'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흥행과 함께 캐릭터 상품을 사려는 열기도 뜨겁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문을 연 '치이카와샵 용산점'에는 전날 밤부터 팬들이 줄을 서는 등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한복을 입은 치이카와 인형과 문구류, 소품 등 인기 상품은 입고 직후 품절되는 일이 잇따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치이카와샵 오픈런 방법', '치이카와 굿즈 구할 수 있는 곳' 등 구매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귀여운 얼굴 뒤에 숨은 '자본주의'
치이카와(ちいかわ)는 일본 인기 캐릭터 '농담곰'으로도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만든 작품이다. 2020년 연재를 시작해 인기를 얻었고, 2022년부터 일본 후지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단행본 누적 판매량은 500만부를 넘어섰다.
작품에는 치이카와와 하치와레, 우사기 등이 등장한다.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마냥 평화롭지 않다. 주인공들은 생계를 위해 풀을 뽑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괴물 토벌에 나선다. 일자리가 한정돼 있어 일을 구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진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격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하치와레가 시험에 붙는 동안 치이카와는 여러 차례 떨어지고 다시 도전한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설정이다.
주거 환경도 제각각이다. 치이카와는 추첨에 당첨돼 얻은 집에서 살지만, 하치와레는 동굴에서 낡은 이불을 덮고 생활한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세계 안에 취업 경쟁과 소득 격차, 주거 불안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셈이다.
"애들 영화인 줄 알았는데 내 얘기"…어른들 울린 '현실 서사'
작품이 고단한 삶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을 마친 캐릭터들은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함께 노래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불안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제초 자격증 3급에 합격한 우사기(왼쪽 노란 토끼)와 시험에 떨어져 우울한 하치와레(오른쪽 푸른 귀 고양이). '먼작귀' 세계에서도 노동뿐 아니라 자격증 공부가 중요하게 그려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원본보기 아이콘바로 이 지점이 성인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평가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시장조사업체 GEM파트너스에 따르면 치이카와 팬들의 평균 연령은 약 40세로, 3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CGV 예매 분석 결과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관객 가운데 20대 예매 비율이 47%에 달했다.
치이카와 극장판을 보기 위해 연차까지 냈다는 30대 여성 신모씨는 "처음에는 애들 영화인 줄 알았는데, 열심히 살면서도 순수함과 긍정을 잃지 않는 캐릭터들의 모습에 위로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OST에 등장하는 노란색 토끼 '우사기'가 부르는 이른바 '우사기 랩'을 따라하는 챌린지 영상들. 우사기의 트레이드마크인 "야하!", "우라!", "푸루루~" 같은 독특한 의성어로만 구성돼 SNS에서 밈으로 확산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원본보기 아이콘성인 팬들이 작품에 끌리는 이유도 캐릭터의 귀여운 외모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빠듯한 생계, 경쟁 속에서도 친구들과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의 청년·중년층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2만9000원짜리 팝콘통도 품절…'보는 팬덤'에서 '사는 팬덤'으로
치이카와 열풍은 굿즈와 팝업스토어 등 소비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인형을 영화관에 가져가 스크린이나 포스터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뒤의 반응을 비교한 짧은 영상 영상도 SNS에서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유통업계도 팬덤 수요를 잡기 위해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치이카와·하치와레·우사기 모양의 팝콘통을 개당 2만9000원에 출시한 CGV는 추가 판매 물량까지 소진되자 3차 예약 판매를 예고했다. 지난 1일에는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치이카와와 하치와레, 우사기 캐릭터들이 등장해 영화 삽입곡 '섬의 노래' 한국어 버전에 맞춰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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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키덜트 문화는 캐릭터 상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영화 관람이나 팝업스토어 방문 등 캐릭터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함께 소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팬덤 소비가 유통과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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