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연구된 카고메 단일층 구현…특이한 전자 상태 확인
전자 밀도 기존보다 220배 이상…고온 양자현상 구현 기대

질량이 없는 것처럼 움직이는 전자를 지닌 그래핀과 정반대로, 전자가 무한히 무거운 것처럼 행동하는 새로운 2차원 물질이 구현됐다. 1980년대부터 이론적으로 연구돼 온 특이한 전자 상태를 실제 물질에서 확인한 것이다. 극저온에서만 구현되던 일부 양자현상을 더 높은 온도에서 실현할 가능성이 열렸지만, 상온 양자컴퓨터 개발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는 21일 강민구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의 특성을 갖는 2차원 물질 '카고민(Kagomene)'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조길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과 박재훈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교수팀 등 국내외 연구진이 참여했다.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2차원 물질 '카고민(Kagomene)'과 이 물질에서 나타나는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의 특성을 표현한 모식도. 실제 전자의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상태에서 전자가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연구진 제공.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2차원 물질 '카고민(Kagomene)'과 이 물질에서 나타나는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의 특성을 표현한 모식도. 실제 전자의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상태에서 전자가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연구진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카고민의 핵심은 전자가 움직이는 방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물질 내부에서 에너지에 따라 이동하지만, 카고민에서는 전자의 에너지가 운동량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 '평탄 밴드(flat band)'가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는 전자가 움직이기 어려워져 마치 질량이 무한대인 것처럼 행동한다. 실제 전자의 질량이 무한대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특성은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초전도나 특이한 자성 등 새로운 양자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다만 기존 카고메 격자 물질은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나 복잡한 전자구조 때문에 이상적인 2차원 상태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 약한 반데르발스 물질 계열에서 새로운 카고메 격자 구조를 찾아냈다. 이를 원자층 하나 두께로 분리한 뒤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나노 각도분해 광전자분광법(nano-ARPES)으로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단일층에서도 평탄 밴드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특히 기존 모아레 초격자 기반 물질과 비교해 평탄 밴드에 수용할 수 있는 전자 밀도가 220배 이상 높았다. 전자들이 훨씬 좁은 공간에 밀집할 수 있어 전자 간 상호작용에 따른 양자현상이 더 높은 에너지와 온도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극저온 넘어 고온 양자현상 가능성…실제 구현은 후속 과제


연구팀은 이 물질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높은 온도에서 특이한 양자상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니온(anyon)'이다. 애니온은 일반적인 전자나 광자와 다른 교환 특성을 갖는 2차원 양자계의 준입자로, 오류에 강한 양자컴퓨팅을 구현할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론 계산을 통해 카고민 계열 물질에서 분수 양자 비정상 홀 상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분석했다. 계산 결과 기존 모아레 기반 물질보다 해당 양자상태의 에너지 간격이 커져 더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구현한 2차원 카고메 격자 물질의 구조와 특성. 기존 카고메 물질과 달리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 약해 단일층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특이한 전자 상태인 '평탄 밴드'가 나타난다. Nature Physics 제공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구현한 2차원 카고메 격자 물질의 구조와 특성. 기존 카고메 물질과 달리 원자층 사이의 결합이 약해 단일층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특이한 전자 상태인 '평탄 밴드'가 나타난다. Nature Physics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대는 기존 2.5K(약 영하 270.7℃) 이하에서 관측된 관련 양자현상을 카고민에서는 280K(약 영상 6.9℃) 이상의 온도에서도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이론적 전망으로, 연구팀이 해당 온도에서 애니온이나 양자컴퓨팅을 실제 구현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봉형근 서울대 석박사통합과정생은 "본 연구진은 최근 개발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나노 각도분해 광전자 분광 기술에 국내 유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량이 무한대인 전자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민구 서울대 교수는 "카고민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카고민을 기반으로 차세대 양자소자를 제작하고 핵심 양자현상과 양자기술을 상온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D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