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속 빨대 뽑고 국화 한 송이…소방관 유튜버의 말없는 동료 추모
'소방관 삼촌', 순직 김진석 소방위 애도
추미애, '재정 빨대' 발언 뒤 세 차례 사과
부승찬 '쭉쭉' 발언까지 겹치며 논란 확산
현직 소방관 유튜버가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를 애도하며, 물컵에 꽂힌 빨대를 국화꽃으로 바꾸는 영상을 올렸다.
말없이 국화 한 송이…하루 만에 조회 수 20만
20일 유튜브 채널 '소방관 삼촌'에는 '빨대'라는 제목의 1분 8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을 운영하는 충북 진천소방서 나경진 소방교는 노란 빨대가 꽂힌 물컵 앞에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나와 빨대를 뽑고 국화를 꽂았다. 대사 없이 진행된 영상은 '고 김진석 소방위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으로 끝났다. 영상은 21일 조회 수 20만 회를 넘었다.
나 소방교는 영상 설명란에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소임을 다하신 고 김진석 소방위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해당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신 동료 선후배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패러디와 분장을 앞세운 'B급' 영상으로 화재 대피 요령 등 생활 안전 수칙을 알려왔으며,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처우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영상 제목 '빨대'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같은 단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였다. 당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재정에서 국비 비중을 넓혀야 한다고 하자, 추 지사는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며 "인건비만 2027년도에 1조 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가량"이라고 답했다.
이튿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기도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오히려 국고 지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골치 아픈 재정 빨대' 후폭풍…추미애, 재차 사과
사흘 뒤인 16일에는 부천시 오정구의 한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불이 나 진화에 나선 소방관 5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현장을 찾은 추 지사가 격려의 말을 건네는 동안 일부 소방관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추 지사는 '빨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라고 답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신 사과했다.
추 지사는 이후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사과했고,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소방관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같은 국감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추 지사 발언을 두고 "큰 잘못을 했지만 충분히 사과했다"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임에도 예산의 90% 정도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니까 이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로 국감이 한때 중단됐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부 의원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직권조사를 지시했다. 부 의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공무원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노조의 요구는 책임 규명으로 넓어졌다. 전공노 소방본부는 20일 경기도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지사의 공식 사과와 소방 예산 확충, 순직 사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노조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을 예산 낭비의 대상으로 매도한 것은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공무원의 자존심을 짓밟는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천 화재 현장에서 김 소방위 등에게 무리한 진압 지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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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지사는 기자회견을 마친 노조 관계자들을 집무실에서 만나 재차 사과했다. 추 지사는 "저의 불찰"이라며 "잘못된 단어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가운데 43.99%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돌려 소방 인건비 등에 쓰는 등 재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방안을 시도지사협의회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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