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갑갑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한숨까지 내쉬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온 장면이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메시지인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입법 지연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국회를 겨냥해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저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을 때가 많다"고 전한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이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입법이 더딘 상황을 보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규제 개혁 법안 처리가 늦자 "답답하다"며 혁신 회의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동개혁 법안과 테러방지법 처리가 지연되자 "국회와 정치권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간절함을 듣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여당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니다.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처리를 주문하면 여당은 야당과의 합의 없이도 법안 강행 처리를 불사했다. 지지부진한 입법 속도의 원인이 야당 때문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대야소 상황에서도 늘 답답함을 느꼈다.
왜 대통령은 '입법이 느리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까. 소위 '보여주기식 입법'이 너무 많아 속도가 나지 않는 게 문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걸린 시간은 평균 615일이었다. 13대 국회 때 938건이었던 입법 시도는 21대 국회에 역대 최대인 2만5858건까지 늘어나 2600% 넘게 폭증했다. 대부분 국회의원이 낸 법안으로, 67%는 제대로 다뤄보지도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이 일단 발의되면 수정 가결할지, 부결할지, 폐기할지, 대안·수정안으로 반영할지, 그냥 철회할지 논의해야 한다.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입법이 많아질수록 처리 기간은 더 늘어난다.
이 대통령 지시처럼 장관들이 국회에 가서 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입법 횟수가 적어도 좋은 법안으로 잘했다 평가받고, 공천 가능성도 커지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국회는 보다 중요한 법안의 발의와 심의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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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 핵심 법안까지 지연된다면 가장 가장 갑갑해지는 건 바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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