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 부재 "아무도 쓴소리 못해"
총리에 권력 집중, 내부 견제 약화
확장재정에 BOJ와 엇박자
물가상승·재정건전성 우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집권 2년 차인 내년은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에 대한 소극적 지지, 정권 내부의 견제 기능 약화, 적극 재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계속되는 물가상승 기조 속에서 적극 재정을 추진하는 '사나에노믹스'가 언제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의 집권 2년 차 성적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높은 내각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TV아사히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로 '다른 내각보다 나을 것 같아서'를 꼽은 응답자는 36.4%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정책에 기대를 걸 수 있어서'라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아사히신문도 지난 19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소극적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경우 지지 기반은 흔들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정권 출범 초기 확산했던 '사나카츠' 열풍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사나카츠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 '사나에'와 팬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츠(押し活)'를 합친 단어로, 다카이치 총리의 패션이나 음식 취향 등을 따라 하는 팬 활동을 뜻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4일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당선 1주년을 맞아 이같은 사나카츠 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경제적 영향을 체감한 지지자들이 팬 활동을 중단한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7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4주기 추모식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주요 정책을 계승하며 ‘포스트 아베’로 불려왔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치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도쿄(일본)=AFP 연합뉴스.
'일본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 기대를 걸었던 지지층의 실망도 감지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결혼 후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성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인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과 여성 일왕 즉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도 '본인은 첫 여성 총리면서 여왕은 허용하지 않느냐'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이처럼 여성 총리의 등장에 따른 기대와 실제 성평등 정책 사이의 간극이 크다"라고도 짚었다.
총리에게 권력이 집중된 현 체제에서 내부 견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지난 15일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당초 유임을 고수했다.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사표를 수리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다카이치 1강 체제'의 폐해로 분석했다. 자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총리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토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이 직접 발탁한 각료의 경질을 주저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총리 측근은 닛케이에 "초기 대응의 실수다. 상처를 줄이려다가 결과적으로 상처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향후 인사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독단적 판단이 반복될 경우 정권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인 '사나에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세워 성장 투자와 감세를 추진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19일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밝혔다. BOJ가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확대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도 대규모 성장 투자와 감세가 엔화 약세와 국채금리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끝없이 뜨는 숏폼, 수상하다 했더니…"하루 1519편 찍어낸다" 中 AI 토큰 절반 드라마에
내년 4월 시행을 추진하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의 재원 확보도 과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일 이를 위한 국채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감세에 따른 가계 부담 완화 효과를 거두면서, 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정권의 가장 큰 과제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집권 2년 차에는 사나에노믹스가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느냐가 정권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