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부적정 집행 1억5500만원·IITP 개인정보 1만2939명 유출 논란
장기 기초연구 과제 1.2% 불과…PBS 폐지에 기업 협력 위축 우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서 억대 연구비 부적정 집행이 확인되고, 사이버안보를 담당하는 연구기관에서는 직원들의 근무 중 게임과 내부 신고자 괴롭힘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잇따른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 보호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과학기술계의 기강 해이가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 가운데 장기 기초연구 지원 부족과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에 따른 기업 협력 위축 우려도 잇따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송기헌 국회 과방위원장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간사인 한준호 여당 간사, 최형두 야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송기헌 국회 과방위원장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간사인 한준호 여당 간사, 최형두 야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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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지난해 R&D 과제 2만4389건 가운데 연구비 부정으로 적발된 과제가 3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교수의 연구비 부정 사용 의혹을 거론하며 연구재단 조사에서 약 1억5500만원 규모의 부적정 집행 내역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연구비 집행을 위해 등록한 거래명세서와 실제 명세서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283건에 달하고, 연구비 카드 분할 결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교수가 연구비 부정 사용 의혹을 증언한 제자들을 괴롭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황 의원은 대학 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요구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근무기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황 의원은 직원 5명이 2024년 근무시간 중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서버에 반복 접속했으며, 일부 직원의 누적 접속 시간이 90시간을 넘었지만 징계는 견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부 신고 이후 관리자가 신고인을 괴롭혔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관련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가 ICT 연구개발을 관리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정보보안 부실 문제도 제기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ITP가 지난해 12월 보안사고를 겪은 데 이어 올해 7월 다시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사고에서는 1만293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이름과 주소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올해 7월 사고가 방화벽 설정 오류로 발생한 점을 문제 삼았다. IITP의 정보보안 실태평가 등급이 2024년 '양호'에서 지난해 '보통'으로 하락한 사실도 거론하며 보안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IITP 측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의원의 질의에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IITP는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국가 ICT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기관이다. 이 의원은 국가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보안사고가 반복된 점을 비판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황 의원은 연구비 부정 사용에 대한 제재부가금 상한이 30배까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엄격한 법 집행도 주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내년 3월 시행되는 개정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4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 소개로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감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4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 소개로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감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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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위한 장기연구 부족…PBS 폐지 부작용도 우려


연구현장의 기강 문제와 함께 장기 기초연구를 뒷받침할 지원 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장기 기초연구 과제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단기 성과와 관리 중심의 과학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이후 과학기술이 한국의 산업 발전을 이끌었지만, 과학기술 행정이 점차 연구지원보다 관리 중심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현실을 거론하며 장기연구 기반의 취약성을 문제 삼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연구과제 지원 기간이 5~7년, 길게는 12년에 이른다는 비교 자료도 제시했다. 최 의원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질 기초연구와 초격차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이제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PBS 개편을 계기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과학기술 지원의 기본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기관장들에게도 과학자가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PBS 폐지 이후 중소기업과 출연연의 협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지난 6월 조사 결과를 인용해 출연연 연구자의 61.2%가 PBS 폐지 이후 기업 협력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출연연과 협력한 경험이 있는 기업의 77.2%는 공동연구가 연구개발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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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기업 협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한 의원은 한국기계연구원 동남권기계연구본부의 공동연구 과제가 2023년 6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5배 증가한 사례를 제시하며, PBS 폐지 이후에도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과 공동연구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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