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계약 1년 안에 끝났다"…팹 확대 경쟁 속 韓 장비도 주문 폭주
韓반도체 장비 업체 수주잔고 증가세
AI발 캐파 확대 경쟁, 장비 수요로 이어져
삼성·하닉 팹 확장에 국내 중장기 수요도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증설 경쟁에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세계 각지에 생산거점을 둔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장비 조달을 서두르면서 납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도 잇따른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공정 장비 업체 A사는 최근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장비 공급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평소 2년 동안 구매할 만한 규모의 장비를 올해는 1년 안에 구매하는 수준"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국내·글로벌 업체 어디부터 공급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요 장비 업체들의 수주잔고도 급증했다. 테스·원익IPS·유진테크·유니셈·파크시스템스 등 5개사의 수주잔고 합계는 지난해 4분기 5327억원에서 올해 1분기 8088억원, 2분기 1조2185억원으로 늘었다. 두 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50% 안팎 증가했다.
글로벌 큰손들 "장비 더 빨리"
주문 증가의 배경은 AI 반도체 생산 확대와 첨단 공정 투자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공장을 짓고 설비를 확충하면서 국내 장비 업체에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전 세계에서 신규 300㎜ 팹 또는 생산라인 20개가 착공되고, 내년에는 18개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TSMC는 최근 전 세계에서 약 20개의 팹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 등에서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또 다른 장비 업체 B사 관계자는 "지금 전 세계에 50여개의 팹이 동시에 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팹을 크게 짓는 업체들이 주문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공급량이 한정돼 고객사별 사업 전망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산도 장비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같은 생산량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고, 적층·패키징을 위한 추가 설비도 요구된다.
국내 증설도 대기…장비 투자 확대 기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투자도 중장기 수주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P5 첫 양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클린룸을 내년 초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투자 중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본격화하면 국내 장비 업계의 수주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다만 공장 건설부터 장비 반입까지 시차가 있어 실제 발주 시점은 고객사별 투자 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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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은 "2025~2027년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이어 2027~2029년 장비 투자 중심의 설비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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