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 산하 기관 악성코드 감염
경찰청 해킹시도 9개월 새 4배
베트남발 IP 공격은 49배 급증
"에이전틱 AI로 선제방어 필요"

#. 지난 5월28일 경찰청 스팸메일 차단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부 위협을 방어하는 보안 서버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경찰은 보안제품의 취약점을 원인으로 보고 즉시 감염 요소를 제거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해당 서버는 다른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피해가 확산할 위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경위와 배후는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사이버수사대가 맡아 추적 중이다.


#. 지난 8월5일에는 경찰인재개발원 체력단련장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도 악성코드가 확인됐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상자산 사이트로 연결이 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내부 자체 점검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취약점이 보완된 새 장비로 해당 서버를 전면 교체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과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해커 먹잇감 된 경찰 서버"…해킹 시도 전년比 4배 폭증, 원인은 AI?
AD
원본보기 아이콘

사이버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이 오히려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경찰청을 겨냥한 해킹 시도가 3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한 데 이어 실제 서버와 홈페이지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기술의 발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가 주요 수사기관의 보안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찰청을 대상으로 탐지된 해킹 시도는 3만290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7770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경찰청 해킹 시도는 2021년 3690건, 2022년 3389건, 2023년 3210건으로 감소하다 2024년 5045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커 먹잇감 된 경찰 서버"…해킹 시도 전년比 4배 폭증, 원인은 AI? 원본보기 아이콘

해킹 시도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AI를 활용한 공격 자동화와 수법의 고도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해커가 직접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 침투를 시도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AI가 이러한 과정을 일부 대신하면서 대량의 공격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공격에 필요한 시간과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공격자도 해킹에 나서기 쉬워진 셈이다.


사이버 공격이 탐지된 국가별 분포에도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올해 미국발 공격은 7007건으로 지난해 2371건보다 3배 증가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120건에서 올해 5920건으로 49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국내에서 탐지된 공격 역시 같은 기간 260건에서 4644건으로 18배 가까이 늘었다. 공격이 탐지된 국가가 실제 공격자의 소재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해커들은 가상사설망(VPN)이나 해외 프록시 서버 등을 거쳐 접속 위치를 감출 수 있어 IP 주소만으로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 공격 경로가 여러 국가에 걸쳐 있을 경우 배후 추적과 수사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해커 먹잇감 된 경찰 서버"…해킹 시도 전년比 4배 폭증, 원인은 AI? 원본보기 아이콘

사이버 위협이 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보안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제 해킹 메일처럼 꾸민 모의 훈련용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발송해 대응 요령을 점검하고 있다. 보안 점검 프로그램도 배포해 실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USB도 업무용 컴퓨터에서 사용하려면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수사자료와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망에서 문서 작업을 제한하는 지침도 내려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본청 단위에서 외부망에 설치된 문서 편집 프로그램과 PDF 관련 프로그램까지 삭제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정원의 지원도 받아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경찰 자체 보안에서 해킹 시도를 탐지하는 동시에 국정원도 국가기관으로 유입되는 해킹 트래픽을 별도로 감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이중 보안체계에도 실제 악성코드 감염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특히 올해에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악성메일을 걸러내는 본청 서버와 산하 기관의 대외 서비스에서 잇따라 악성코드가 발견되면서 외부 접점에 대한 보안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해킹 문턱이 낮아지면서 특정 기관을 겨냥한 공격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공격 시도도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비롯한 보안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사이버 공격에 맞서 AI를 활용한 선제적 방어와 국제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보안 전문가의 견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찰청은 수사 기밀과 수사 기법 등 민감한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해킹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최근 확산하고 있는 AI 활용 해킹은 기존 방어체계를 지능적으로 우회하고 공격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격이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으로는 늦을 수 있는 만큼 자율형 AI(에이전틱 AI)를 활용해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방어체계를 마련하고 국제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

정춘생 의원은 "경찰청은 수사기밀과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핵심 수사기관인 만큼 철저한 정보보안이 필수"라며 "해킹 시도 급증과 실제 악성코드 감염 사례를 고려해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AI에 기반한 선제적 방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