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평등공시제도가 최우선 과제
새 공시제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기존 고용개선 조치 연계방식 제안
제도 통합 운영 성별격차 투명해져
여성 저임금 직종 집중·경력 단절
일터서 평등은 사회 변화 견인차
교제·가정폭력 사건, 법만으로 부족
피해 보호·가해 대응 현장 작동 필요
"이번에는 반드시 고용평등공시제를 통과시키고 싶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후반기 성평등 입법의 최우선과제로 고용평등공시제를 꼽았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이 의원은 지난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고용평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면서 제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공시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대신 기존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와 연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업들이 이미 성별 임금과 관리자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만큼 제도를 통합해 운영하면 중복 부담을 줄이면서도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를 보다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이 규제 부담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정말 어려운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논의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와 노동조합 활동가 출신인 여성의 저임금 직종 집중과 비정규직, 승진 격차, 출산·육아 과정에서의 경력단절이 겹쳐 결과적으로 성별임금격차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최근 양성평등기본법·성별영향평가법·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안을 묶은 이른바 '성평등 거버넌스 3법'도 발의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과거에도 비슷한 입법을 추진했다. 이번에는 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보나.
▲초선 때도 성평등·임금공시제 관련 법안을 냈는데 통과되지 않아 굉장히 아쉬웠다. 그런데 이미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라는 제도를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기업들은 남녀 임금 차이나 관리자 현황 등을 제출해본 경험이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처음부터 하라는 게 아니다.
-기업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따로, 공시제 따로 운영해서 기업이 비슷한 자료를 두 번 제출하게 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제도로 묶어서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이미 하고 있는 제도가 있는데 무조건 어렵다고 한다면 무엇이 실제 부담인지 정확히 봐야 한다. 논의를 계속 미루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성별 고용현황을 공개하는 것을 '여성 우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성들을 잘해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을 이야기하지 않나. 여성이 기업 안에서 리더로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어떤 임금과 고용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된다.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도 지켜야 할 국제적인 규범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성평등 입법을 보면 폭력이나 피해자 보호에 비해 임금·고용 같은 구조적 의제는 상대적으로 적다.
▲고용평등 문제가 그동안 노동정책 영역에서 주로 다뤄졌던 영향도 있다고 본다. 저는 노동을 해왔기 때문에 초선 때 여성가족위에 와서도 "성평등 임금공시제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사회서비스나 돌봄 일자리는 임금이나 처우가 낮은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도 여성이 많고, 같은 비정규직 안에서도 역할과 임금 차이가 생긴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임금 격차만 이야기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경력단절 문제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더라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돌봄 문제가 생긴다. 육아휴직만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출퇴근 시간에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누가 그 시간을 메울 것인지가 중요하다. 노동자가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돌봄서비스 같은 틈새 돌봄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결국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고용평등으로 갈 수 있다.
-최근 발의한 '성평등거버넌스 3법'은 무엇을 바꾸려는 건가.
▲우선 양성평등위원회의 명칭과 역할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위원회가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실질적으로 정책 개선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성별영향평가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성평등 정책과 성평등가족부 운영은 어떻게 평가하나.
▲성평등 분야는 사회적으로 휘발성이 큰 이슈가 많다. 좋은 제도라도 추진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갈등 관리가 잘못되면 아예 추진하지 못할 수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숙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절차가 조금 늦어지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관련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만큼 제대로 성과를 냈으면 한다.
-고용평등 외에 후반기 국회에서 꼭 풀고 싶은 입법 과제는.
▲여성인권평화재단을 만들기 위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법 개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사자가 계시지 않게 된 뒤에도 기록을 제대로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교육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전쟁과 여성폭력, 인권과 평화의 문제를 계속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제·친밀관계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의 대응은 충분하다고 보나.
▲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피해자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친밀관계 폭력이나 가정폭력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문제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대응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법과 대책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22대 국회 후반기 성평등 입법에서 어떤 결과를 남기고 싶나.
▲법안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성평등가족부도 고용평등 업무까지 함께 다룰 수 있게 된 만큼 여성들이 경제 현장과 일터에서 평등해지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일터에서의 평등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큰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여성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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