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방관이 존경받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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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하네. 말리고 싶지만 그러기도 어렵고…" 얼마 전 지인이 불쑥 아들 진로 문제를 끄집어냈다. 대수롭지 않게 "소방관 멋있잖아"라고 답을 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았다.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험한 직업을 가지라고 선뜻 말하기가 힘들었다. 위험한 화재 현장, 모욕적인 구급 출동, 고달픈 근무 등이 먼저 떠올라서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부천 화재로 한 소방관이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도 소방관은 혹시나 모를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국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올해만 네 명의 소방관이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 소방관은 버텨내기 힘든 직업이다. "소방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노후화된 장비를 쓰고 있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 "첨단 장비 도입이 늦다" "지역별 처우와 근무 환경이 차이 난다" 등 소방관들이 쏟아내는 불만은 그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각종 안전사고 현장에 투입되는 구급대원들은 여전히 취객으로부터 폭행당하고, 각종 민원 해결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소방 예산 부족이다.

지난해 소방 예산은 8조1478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가 편성한 국비 비중은 10.7%(8697억원)였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 사무 자체는 여전히 자치사무로 남아 있어서다. 논란이 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도 지자체 예산을 재편성하면서 나온 것이다. 추 지사 발언의 부적절성과는 별개로 지금의 예산 체계가 바람직한지 따져볼 문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소방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지자체는 인건비 국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한 반면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맞섰다. 특히 소방 예산의 주요 재원인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 소비 감소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자체 간 재정 자립도도 달라 지역 간 불균형도 좁혀지지 않는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른쪽 주머니든 왼쪽 주머니든 국가가 적절하게 예산을 투입해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예산 갈등을 대통령이나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 될 일이다.

미국에서 소방관은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소방관에 대한 존경심은 깊어졌다. 당시 소방관들이 구조 활동에서 보여준 희생은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했다. 소방관만이 아니다. 군인과 간호사 등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군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은 물론 국가가 발 벗고 나서서 처우와 근무환경을 보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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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할 때, 주저 없이 "위대한 직업을 갖게 되길 응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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