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오랫동안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불편을 겪어왔다. 일요일이 근무일로 바뀌면 출근해야 하는데도 알람이 울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평소 근무일인 금요일이 휴일로 지정되면 쉬는 날인데도 알람이 울리곤 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약 17년 만인 지난 9월 애플은 운영체제를 조용히 업데이트했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휴일과 대체 근무일을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이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사회의 근무 일정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에서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단순히 외국 빅테크 기업이 중국의 제도에 적응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휴일 제도는 단순히 쉬는 날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근무일과 휴일을 재배치하는 구조다. 중국 정부는 주말 휴일을 국경절 등 주요 공휴일 전후로 옮겨 장기 연휴를 만들어낸다. 그 대가로 규칙적인 근무 일정은 무너진다. 사실상 국민의 시간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중국이 근무일을 조정해 장기 연휴를 만드는 제도는 오랜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현대적인 거시경제 관리 수단이다. 이 제도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내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중국 정부는 주말과 공휴일을 이어 붙여 여러 날에 걸친 '황금연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휴가를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하고 특정 기간에 여행 소비가 집중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제도는 결국 다른 근무일에서 휴식 시간을 끌어오는 방식에 의존한다. 중국 정부는 춘제와 중추절 등 전통 명절을 유지하면서도 법정 휴일을 늘리지 않은 채 장기 연휴를 만들어낸다. 그 대가로 근로자들은 주말 휴식을 포기하고 주 6일 근무를 감수해야 한다. 겉으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과 일상생활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휴식의 진정한 가치는 예측 가능성에 달려 있다. 규칙적인 주말 휴식이 보장돼야 병원 진료나 자녀 돌봄 일정을 계획하고 가정의 일상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행정 지침으로 일요일마저 평일처럼 근무해야 한다면 이러한 일상의 안정성은 무너진다.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가정생활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참고할 만한 대조 사례를 보여준다. 미국 의회는 1968년 '월요일 공휴일 통일법(Uniform Monday Holiday Act)'을 제정해 1971년부터 시행했다. 일부 연방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생일은 실제 생일인 2월22일 대신 2월 셋째 월요일에 기념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공휴일이 주중에 끼어드는 대신 주말과 이어지는 사흘간의 연휴를 만들었다. 휴일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은 공휴일을 반드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는 날짜에 맞춰 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전통 명절의 날짜를 대체로 유지하면서 주변 근무일을 조정해 장기 연휴를 만든다. 미국은 공휴일을 옮기지만 중국은 근무일을 옮기는 셈이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는 일정 조정에 따른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에 있다.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기면 휴일을 미리 예측하기 쉬워진다. 반면 근무일을 조정하면 개인과 기업 모두 일상적인 생활과 업무 일정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장 생활의 기본이 되는 규칙적인 주말 휴식마저 희생될 수 있다.
일주일간의 장기 연휴는 겉으로는 넉넉한 휴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연휴를 만들기 위해 다른 날에 대신 일해야 하는 현실이 숨어 있다. 장기 연휴 전후로 평소보다 긴 근무가 이어지면 피로가 쌓여 정작 휴식을 통한 회복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달력은 휴일이 며칠인지는 정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충분히 쉬었는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는지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장기 연휴를 만드는 정책은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개인의 삶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휴일 제도는 단순히 쉬는 날이 며칠인지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날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 어떤 경제적 목표를 우선해야 하는지, 개인에게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얼마나 포기하도록 요구할 것인지 등 한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반영한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휴일을 관리해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다. 정부의 권한이 개인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이 소비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휴일이 얼마나 많은지만큼이나 자유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즐길 수 있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 더 나은 휴일 제도는 단순히 휴일이 며칠인지를 따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개인과 기업에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돌려줘야 한다.
마이클 한 중국 웨푸테크놀로지그룹 부사장보 겸 상하이 총경리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China's 'golden week' holidays come at a cost' 칼럼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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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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