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연금 지원 사업에 李 "신청 못할 사람 기대하는 복지는 국민 기만"
생애 첫 연금보험료 지원 신청주의에 제동
"눈치 빠르고 부지런한 사람만 혜택"
복지부 "청년 선택권 고려"…재정 부담 놓고 격론
외국인 편법수급도 조정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내년 시행되는 '청년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의 신청주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개선 논의를 제안했다. 제도를 아는 청년만 노후 연금 수령액을 늘릴 기회를 얻는 것은 '실질적 불평등'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일부가 포기하거나 신청하지 못할 것을 전제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18세 자동가입과 추후납부(추납) 가능 연령 조정 등 대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사업을 보고받은 뒤 "왜 신청하는 사람한테만 해주느냐. 신청하지 않으면 왜 안 해주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 도입되는 생애 첫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은 국민연금 납부 이력이 없는 청년의 첫 1개월 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제도다. 2009년생 약 45만명이 첫 지원 대상이며, 18세에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26세까지 신청할 수 있다. 지원액은 약 4만2000원으로 예상된다. 첫 납부 이력을 확보하면 학업이나 군 복무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에 대해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할 수 있어 장래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지난 1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아 16일 기준 4361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신청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성남시장 시절 국민연금공단 직원으로부터 공단 직원과 주변 사람들은 자녀를 미리 가입시켜 추납 기회를 확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눈치 빠르고 부지런하고 시간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며 "재정 부담 때문에 일부가 신청하지 못할 것을 전제로 운영한다면 국가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 이게 과연 도덕적인 국가냐"고 반문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청년의 첫 보험료를 일괄 지원하려다 연금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으로 무산됐던 일도 거론했다.
정 장관은 18세 청년의 자동가입을 검토했지만 청년의 선택권을 고려해 신청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소득이 없는 청년에게 보험료 납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훗날 소득이 생겼을 때 과거 미납 기간을 추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18세부터 하는 게 국민에게 유리하지 않느냐. 왜 안 했느냐"며 "재정 문제 때문이잖아요. 뭘 그리 어렵게 얘기합니까. 솔직히 얘기하세요"라고 거듭 추궁했다. 재정 부담이 크다면 추납 인정 연령을 조정하더라도 모든 청년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정 장관은 추납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형평성 문제를 추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토론 중 다른 국무위원들도 대안을 제시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18세부터 국가가 첫 보험료를 일괄 납부하고 이후 추납 여부는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비정규직·무직 기간이 긴 청년의 노후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국가 재정 지원 확대를 건의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개인에게 적합한 복지 혜택을 찾아 신청까지 대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신청주의에 따른 사각지대가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복지정책에도 존재한다며 자격을 갖춘 국민에게 정부가 먼저 혜택을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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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대통령은 외국인의 국민연금 추납 및 기초연금 수급을 둘러싼 제도 악용 논란에 대해서도 기존 수급자에 대한 조치를 주문했다. 지난 1일 국회에서는 외국인 추납에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기초연금의 국내 거주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대통령은 "제도가 바뀌기 전에 추납했으니 다 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불평등한 일 아니냐"며 "이미 편법을 이용해 혜택을 보는 사람도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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