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달러·엔화 '줍줍'
주가 급락엔 '마통' 뚫어 저점 매수
지정학적 리스크에 골드바 판매도 증가세

원·달러와 원·엔 환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은행권 외화예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환율이 낮아진 시점을 활용해 달러와 엔화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유입된 데다, 일본 여행을 앞둔 환전 수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저점 매수를 위한 신용대출이 다시 늘고, 국제 금값 상승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실물 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등 시중 자금 이동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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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예금, 연저점 대비 34%↑…개인 잔액 4년10개월 만에 최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42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146억5000만달러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6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28.9원까지 밀려나며 2024년 10월2일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환차익과 해외 자산 투자를 노린 개인들의 외화 매수세가 대거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인과 기업을 합산한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787억8000만달러였다. 9월 말 840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올해 잔액이 가장 적었던 3월 말 587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34.1% 증가했다.

"환율 폭락, 지금이 기회" 우르르 몰리더니…4년10개월만에 최대치 찍은 '이것' 원본보기 아이콘

전체 잔액과 개인 예금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기업의 달러예금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645억5000만달러로, 9월 말 699억달러보다 53억5000만달러(7.7%)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달러예금 증가와 관련해 "환율 하락과 미국 주식 투자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 예금 감소에 대해서는 "기존 외화자금을 무역 결제에 사용하거나 원화로 환전해 법인세 등 국내 자금 운용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최저' 원/엔 환율…엔화예금도 2년 만에 최대

엔화예금도 늘었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462억7000만엔으로 집계됐다. 2024년 10월 1조1542억2000만엔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 엔화예금은 2656억2000만엔으로, 9월 말 2540억2000만엔보다 116억엔(4.6%) 증가했다. 2024년 11월 2715억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기업 엔화예금은 8806억4000만엔으로, 9월 말 8902억4000만엔보다 96억엔(1.1%) 감소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12일 장중 839.9원까지 내려갔다. 2008년 1월2일 기록한 833.4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낮아진 시기에 환전하거나 일본 주식에 투자하려는 개인 수요가 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환테크와 일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이 외화예금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본 여행을 앞두고 엔화를 미리 환전해 두려는 수요도 증가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가 하락에 신용대출 석 달 만에 증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출을 활용해 주식 매수에 나서려는 이른바 '빚투' 수요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9조7121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108조2303억원보다 1조4818억원(1.4%) 증가했다. 전체 신용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7월 이후 석 달 만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 1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4546억원으로, 9월 말 42조9834억원보다 1조4712억원(3.4%) 늘었다. 2022년 8월 44조7699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권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의 자금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0월 들어 주가 하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인식한 투자자들의 자금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손실이 난 자금이 증권사에 묶인 상황에서 생활비 등 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골드바 보름간 430억3000만원 판매…골드뱅킹은 감소

실물 금을 사들이려는 수요도 이어졌다. 5대 은행의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은 430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9월 한 달간 판매액인 290억8000만원의 1.5배에 해당한다. 월간 판매액 기준으로는 490억1000만원을 기록한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산 분산 수요와 국제 금값 상승 기대가 맞물리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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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을 찾은 고객이 골드바 구매 문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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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계좌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골드뱅킹 잔액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1조6356억원으로 9월 말(1조6714억원)보다 358억원(2.1%) 줄었다.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1월 말 2조4434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금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기보다는 실물 자산 중심의 소수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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