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빗썸, 부동산 플랫폼 진출…공인중개사協과 업무협약 추진
빗썸, 아파트 등 부동산 매물 확보 추진
가상자산 넘어 부동산 투자 기회 제공
중개업계 반대도…"광고비, 직거래 우려"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업무제휴를 맺고 매물 정보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자사 고객에게 가상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네이버와 직방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 파장을 던질지 주목된다. 다만 협회 내부에선 빗썸의 중개 시장 진출을 두고 반대 목소리도 커 업무제휴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빗썸은 부동산 정보 연동 및 관련 서비스 운영을 위한 업무제휴 계약을 추진 중이다. 계약 당사자는 빗썸부동산이다. 빗썸 관계자는 "협회와 업무제휴 계약을 추진하는 게 맞다"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고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빗썸부동산 설립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업무제휴는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부동산거래정보망 '한방'의 매물 정보를 빗썸 측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거래정보망 고도화 비용 등을 지원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서 초안을 보면 협회가 회원 공인중개사 데이터를 연동하고, 빗썸부동산이 플랫폼 개발·운영·유지관리 등 업무를 맡는다. 한방에는 전국 10만명이 넘는 협회 소속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아파트·건물·상가·공장·토지 등 매물이 등록된다. 매물 수가 90만~100만건에 이른다. 다만 이번 제휴 매물의 범위는 일단 아파트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빗썸이 매물 확보에 나선 것은 누적 가입자 1000만명에 달하는 고객에게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구독 서비스 확장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로 구축하는 플랫폼에는 중개사가 확보한 매물뿐 아니라 매도자가 직접 의뢰한 매물도 등록된다. 특히 빗썸은 향후 부동산 실물연계자산(RWA) 신사업의 기반이 될 매물 데이터 선점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도 업무제휴를 통해 소속 중개사들의 매물이 빗썸 고객에게 노출되면 추가 광고비 없이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제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한방 거래망 고도화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 직방에 대한 중개사들의 광고비 부담이 과도하게 큰 상황"이라며 "빗썸 플랫폼이 들어오면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광고비가 내려갈 여지도 있다"고 했다.
공인중개업계 일각에선 빗썸의 부동산 플랫폼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네이버·직방 등 다수의 플랫폼이 시장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빗썸까지 가세하면 추후 일선 중개사들의 광고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빗썸 측은 우려가 커지자 협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광고비·매물 등록비를 무료로 유지하고 중개사들의 기존 업무 범위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매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중개사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기존 플랫폼이 그랬듯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중개사들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3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결국 광고비와 경쟁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 내부에도 반대 의견이 많다. 이번 업무제휴 안건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바 있다. 협회는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 안건을 다시 상정했지만 낙관할 수 없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빗썸은 부동산 거래 계약서를 자신들이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중개업 진출이 아니라고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중개사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네이버나 직방과 달리 직거래 시장을 개설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하재갑 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려가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기존 독점 플랫폼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도망치지 말고 판을 주도하는 게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