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5명 日 데바지마, 마지막 자판기 철거
청량음료 자판기 30년 만에 200만 대 붕괴
"기기·물류·인건비 올라"…음료업체 줄철수

상점 하나 없는 일본의 한 외딴섬에서 주민들이 음료를 살 수 있던 마지막 자동판매기(자판기)마저 사라졌다.


19일 연합뉴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을 인용해 "도쿠시마현 무기초에 속한 외딴섬 데바지마에서 지난해 5월 섬에 남아 있던 자판기 2대가 모두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자판기 대국' 일본서 최근 빠르게 감소


일본 자판기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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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바지마는 본토에서 연락선으로 15분가량 떨어진 섬으로, 주민 35명 중 80%가 고령자다. 섬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어 주민들은 손수레로 짐을 나른다. 섬에 상점이 한 곳도 없어 자판기는 주민들의 유일한 음료 공급처였다. 태풍 등으로 뱃길이 끊기면 생수와 음료를 구할 수 있는 '생명줄' 역할도 했다.


자판기가 처음 들어선 것은 1960~1970년대다. 섬에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자 음료업체들의 설치 요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제품을 섬까지 실어 나르던 주민들이 나이가 들고 업체 수익도 줄면서 자판기는 결국 철수했다.

'자판기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최근 자판기가 빠르게 줄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청량음료 자판기는 지난해 말 195만 대로 집계돼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30년간 처음으로 200만 대 아래로 내려갔다. 정점이던 지난 2014년보다 약 20% 줄었다. 한 해 동안 9만 대가 사라져 감소 폭도 역대 최대였다.


높은 가격 탓에 편의점에도 추월당해


일본 자판기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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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자판기를 외면하는 이유는 가격이다. 음료업체들이 원자잿값 상승분을 반영해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할인 판매를 하는 슈퍼마켓이나 드러그스토어와 비교해 자판기 음료가 비싸졌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한때 최대 음료 판매 채널이던 자판기는 지난 2024년 편의점에도 추월당했다. 한 도쿄 시민은 AFP통신에 "자판기에서는 물도 130엔(약 1100원) 정도인데 편의점이나 드러그스토어에서는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자판기 운영 비용은 늘고 있다. 지난 3월 자판기 사업 매각을 발표한 '포카삿포로푸드앤드베버리지'는 철수 이유로 "기기 보전 비용과 물류비, 상품을 채우는 직원 인건비가 오르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달 자판기 약 4만대를 포함한 사업 전체를 '라이프드링크컴퍼니'에 넘겼다.


다른 대형 음료업체들도 손실을 감수하고 자판기를 정리하고 있다. 자판기를 주력 판매망으로 삼아온 '다이도그룹홀딩스'는 지난 회계연도에 303억엔(약 2561억원), '코카콜라보틀러스재팬'은 508억엔(약 429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자판기 관리·수리를 맡아온 중소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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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는 평소에는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였고, 재난 때는 물과 음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상업시설이어서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이에 상점과 자판기가 모두 사라진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대안을 찾고 있다. 요미우리는 "데바지마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무인 냉장고를 직접 설치하거나 자체 상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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