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동인, 대륙아주·린
로펌, 잇달아 합병 추진
이견·적응 문제 등으로 이탈
대립하는 당사자 동시 맡으면
이해상충 문제도
운영철학·보상 구조 충돌도

로펌 합병 러시, 승부수일까 자충수될까…판 흔들리는 ‘체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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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펌 시장에 '합병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대형 로펌들이 생존과 도약을 이유로 잇달아 합병에 나서면서 로펌 순위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바른과 동인이 추진 중인 합병이 성사될 경우 소속 한국변호사 수는 532명으로 단숨에 500명을 돌파한다. '빅5' 율촌(574명)과의 격차가 불과 40~50명 수준으로 좁혀지는 것이다. 이달 중 합병 작업을 매듭짓는 대륙아주와 린의 결합 역시 파괴력이 크다. 양사 합산 한국변호사 수는 384명이다. 기존 6위권 강자인 화우(372명)와 대등한 체급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이미 수차례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덩치를 키운 선두권 로펌들이 뼈아픈 '성장통'을 학습해서인지 "합병 시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합병 전후 변호사 이탈


로펌 합병 전후 첫번째 난관은 변호사 이탈이다. 한국변호사 50명 규모의 로펌 두 곳이 합쳐 100명 체제를 구상하더라도 합병 후 남는 인원은 70~80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합병 논의 초기 단계에서 방향성에 반대하며 짐을 싸는 이탈파가 발생하고, 합병 이후에도 이질적인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다른 로펌으로 이적하는 '2차 엑소더스'가 뒤따르는 경우다

이해상충, 보상구조 핵심 뇌관


합병 과정에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이해상충 문제는 가장 큰 뇌관이다. 변호사법상 동일 로펌이 대립하는 당사자 양측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예컨대 A로펌이 한 대기업의 핵심 특허 소송을 대리하고 있고, B로펌이 그 경쟁사 사건을 맡고 있다면 A+B 합병 법인은 둘 중 하나의 고객을 포기해야 한다. 일례로 대기업을 피고로 하는 송무를 주로 하는 C로펌의 경우, 대기업 자문 비중이 절대적인 로펌들과는 합병 자체가 무리수라 아예 합병 카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철학과 보상 구조의 충돌도 문제다. 국내 로펌은 크게 검찰 및 법원을 거친 '전관 변호사 중심 로펌'과 '정통 변호사 중심 로펌'으로 나뉜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단독 개업 변호사)에 가까운 보상 구조에 익숙해 이른바 '별산제' 성격이 짙은 수익 배분 구조를 취한다. 본인이 올린 매출(수입)의 40%는 회사 공통 경비로 내고, 나머지 60%는 본인이 가져가는 식이다. 반면 정통 대형 로펌 구조는 로펌 전체의 매출과 모든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한 데 모은 뒤(통합채산제) 파트너들의 지분과 기여도, 실적 포인트에 따라 배분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관 중심 로펌들이 다른 로펌과 합병을 추진했다가 늘 실패하는 이유는 이런 이질적인 구조 탓"이라면서 "수입 배분 원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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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통합이 최선


최근 로펌 합병은 과거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선(先) 간판 통합, 후(後) 단계적 통합 로드맵'이 그것이다. 일반 기업 M&A라면 철저한 상호 실사를 거쳐 1인당 매출액과 비용 부담 구조를 통합한 뒤 출범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합병 전 룰 세팅을 완벽히 끝내기 어려워서다. 대외적으로는 합병 법인 간판을 내걸어 변호사 수를 합산해 발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분리된 회계 및 배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수년에 걸쳐 서서히 합치는 그림이다. 한 로펌 대표 변호사는 "법률시장은 출혈 경쟁이 극에 달한 데다 AI까지 등장한 마당에 이런 에너지를 들여가며 합병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AI 시대, 로펌 대마불사 통할까


이에도 불구 로펌들이 합병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업 고객들이 한국변호사 수로 1티어(Tier)와 2티어를 갈라 일감을 주는 경향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로펌 대표변호사는 "대형로펌이 기업 사건을 수임해가고, 대민시장은 네트워크 로펌이 가져가는데 여기 부티크 로펌들도 합세해 있다"면서도 "중형 로펌들은 일단 덩치라도 키워 '메이저 리그' 티켓을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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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한국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로펌별 체급을 나누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외형적인 변호사 수가 아니라 PPP(Profit Per Partner·파트너 변호사 1인당 순이익)나 PPA(Profit Per Attorney·변호사 1인당 순이익)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로펌 대표는 "로펌별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와 1인당 생산성은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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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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