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여 남기고 이달 말 사퇴 의사…구체적 이유는 함구
창립자 강병선 지분 41.5% 매각 추진…전체 지분 인수도 논의
초대 편집위원 등 주주들과 동반 매각 합의는 아직
2025년 매출 369억원 단행본 업계 1위…외부 자본 유입에 촉각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 문학동네의 김소영 공동대표가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선 전 대표가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출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학동네가 30여년간 유지해 온 편집자 중심 경영체제의 향방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학동네 사옥 전경.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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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출판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번 달까지 근무할 계획"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사유는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석하는 등 대외 활동을 이어왔으며, 내부 직원들도 이날 처음 사임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문학동네에 입사한 김 대표는 기획실 등을 거쳐 2019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현재 문학동네는 김소영·이현자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가 예정대로 이달 말 물러나면 당분간 이현자 대표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문학동네 특유의 경영체제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내부 편집자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일정 기간 공동대표와 단독대표를 번갈아 맡도록 하는 이른바 '3-3-3 체계'를 유지해 왔다.


신임 대표가 전임 대표와 3년간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한 뒤 3년간 단독대표를 맡고, 다시 새로운 대표와 3년간 공동대표를 지내는 방식이다. 대표 한 명의 재임 기간은 모두 9년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순환 구조에 따라 내년 말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었다.

문학동네 내부에서 성장한 편집자가 경영을 맡고, 임기를 마친 뒤 다시 편집 업무로 돌아가는 방식은 창립 이후 이어져 온 조직 운영의 특징으로 꼽힌다. 상업적 수익성과 문학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작가와 편집자의 장기적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출판계에서는 김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최근 진행 중인 지분 매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창립자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 위해 외부 기업들과 협상하는 상황에서 내부 경영진과 의견 차이가 표면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매각에 반대해 사임한 것인지, 별도의 개인적·경영상 이유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 측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임 배경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학동네의 지분 매각 추진은 지난달 9일 알려졌다. 강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41.5%를 매각하기 위해 복수의 기업과 접촉해 왔다. 문학동네 감사보고서상 나머지 지분은 기타 주주 51.8%, 자기주식 6.7%로 구성돼 있다.


매각 대상이 강 전 대표의 개인 지분에 그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인수 의향을 보인 기업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전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다른 주주들의 동반 매각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강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주식을 보유한 초대 편집위원 등과 만나 지분 매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문학동네 자회사 대표들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전체 지분 매각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초대 편집위원 6명이 보유한 지분은 합계 약 45%로 알려져 있다. 강 전 대표의 지분율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이들의 동반 매각 여부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일부 주주는 창립자의 매각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본인 지분을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거나 지분 유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단행본 시장의 성장 한계와 경영 승계 문제를 거론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문학 콘텐츠를 영상과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1993년 설립 이후 한국 문학 출판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희랍어 시간', '흰'을 비롯해 국내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펴냈고, 문예지 '문학동네'와 문학동네시인선 등을 통해 한국 문학의 창작·유통 기반을 구축해 왔다. 글항아리와 교유서가 등 계열 출판 브랜드를 통해 인문·교양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실적도 업계 최상위권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5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매출은 368억7000만원으로 주요 단행본 출판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71억원이다.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따른 판매 특수가 반영됐던 매출 463억3400만원, 영업이익 127억5100만원과 비교하면 각각 20.4%, 44.4% 감소했다. 그러나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여전히 국내 단행본 출판사 중 최상위 수준이다. 이번 매각 추진을 단순히 경영난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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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의 관심은 외부 자본 유입 이후에도 문학동네의 기존 경영·편집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느냐에 모인다. 새로운 투자자가 문학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와 콘텐츠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경우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단기 수익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신인 작가 발굴과 문예지 운영 등 장기적인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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