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재정 불안에 신용등급 하향 압력
23일 무디스 '신용 성적표'에 쏠린 눈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구조적인 재정 취약성이 맞물리면서 국가신용등급(나라의 빚 갚을 능력을 평가한 등급) 하향 압력도 커지고 있다.
20일 문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 개선 기대와 정치적 타협 여건이 약화되면서 10월 23일 평가를 앞둔 무디스의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추가 하향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랏빚 불어나고 이자 부담도 커져
프랑스는 유로존에서 정부 빚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빚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 예산안의 재정 경로에 따르면 정부 빚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5년 115.7%에서 2026년 119.3%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이자로만 647억유로를 냈고, 이는 전체 재정적자의 약 42%에 달한다. 올해는 792억유로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자를 빼고도 GDP 대비 2.8%의 적자가 예상된다.
금융시장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인 1.5%포인트 안팎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국채를 사는 투자자가 독일보다 더 높은 이자, 이른바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산안 진통에 등급 하향 압력…금융권 충격은 제한적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540억유로 규모의 재정건전화(지출을 줄이고 세금 수입을 늘리는 조치)를 담았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2026년 5.4%에서 2027년 5.0%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세력이 없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대립이 이어져 원안 통과는 쉽지 않다.
무디스는 현재 프랑스에 Aa3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S&P와 피치는 지난해 프랑스 등급을 A+로 낮춘 뒤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S&P의 다음 평가는 11월 27일이다. 다만 문 연구원은 "10월 23일에는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인 만큼 등급을 유지하며 협상 결과를 지켜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등급이 내려가더라도 금융권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게 문 연구원의 판단이다. 무디스가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낮춰도 유럽중앙은행(ECB)에 국채를 담보로 맡길 때 적용하는 기준(담보 가치를 깎는 비율)은 달라지지 않는다.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에서도 프랑스 국채의 지위가 유지된다.
문 연구원은 "기본 시나리오는 정치적 타협을 통한 예산안 성립과 무디스의 한 단계 하향, S&P·피치의 등급 유지"라며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긴 평균 만기, ECB의 조건부 대응 여력을 고려하면 유로존 시스템 위기보다 프랑스 위험 프리미엄 장기화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파리 등 전국 주요 도시 방화·약탈…폭동으로 번진 시위
한편 프랑스 시위는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전국을 휩쓴 대규모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으로 얼룩지며 폭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위는 당초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집회로 시작됐다. 이후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고, 이제는 관공서와 상점 등을 부수고 불태우는 폭동으로 격화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요가 벌어지면서 경찰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말에 남은 연차 탈탈 털어 해외여행" 예약 138% 급증…또 일본인가 했더니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7일 하루에만 55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110여 건의 시위에 참여했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참가 인원을 80만명으로 추산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상점과 은행 등이 약탈 대상이 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