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한우다" 반값에 혹해 갔는데…"또 뭐가 있어야 더 사지요" '텅 빈' 홈플러스
재개장 두 달 만에 주말 매장 한산
9월 결제 추정액 전월比 10.7%↓
이마트 3분기 할인점 매출은 9.9%↑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 주말 오후였지만 매장에서 장을 보는 고객은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한우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해 등심을 100g당 9450원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정육 판매대는 한산했다. 두 달 전에는 달랐다. 홈플러스가 전국 67개 점의 영업을 재개한 8월 13일 강서점은 하루 2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정육 판매대에는 고객과 카트가 몰렸고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당시 오프라인 고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다.
홈플러스의 '응원 장보기' 효과가 두 달 만에 힘을 잃고 있다. 대규모 할인에도 상품 구색 부족이 고객의 재방문을 가로막고, 매출 부진은 다시 상품 매입에 필요한 현금 부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급여 지급마저 재차 미뤄지면서 영업 정상화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회원 대상 특가전을 열고 '반값 한우'를 앞세웠다. 하지만 고객 발길은 재개장 당시만 못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은 필요한 상품이 없으면 다시 매장을 찾지 않는다"며 "추석 선물 세트를 팔지 못한 데다가 아직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장 효과 꺾였다, 9월 결제액 감소
20일 앱·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결제 추정액은 7월 576억원에서 8월 828억원으로 43.8% 늘었지만, 9월에는 740억원으로 10.7% 줄었다. 반면 이마트는 8월 9396억원에서 9월 1조507억원으로 11.8% 증가했다.
이달 1~16일 결제 추정액은 홈플러스가 413억원, 이마트가 3905억원이었다. 하루 평균으로는 각각 25억8000만원, 244억1000만원으로 약 9.5배 차이가 났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명시된 전국 매장 평균 하루 매출 100억원의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홈플러스 앱의 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106만명으로 전월보다 13.4%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앱은 약 300만명이었다.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걸림돌은 상품 공급이다. 협력업체와의 신용거래가 정상화되지 않아 현금을 먼저 지급해야 상품을 들여올 수 있다. 매출을 늘리려면 상품을 채워야 하는데, 현금 부족으로 상품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도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인정했다. 신용거래를 통해 재고를 늘리고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선지급·현금거래가 이어지면서 매출 증가에 제약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기존 복층 매장을 약 10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바꾸고 식품과 자체브랜드(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에 집중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재개장 초기 이후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중순 매출은 당초 목표의 40% 수준에 그쳤고, 이달 초에는 목표 달성률이 3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난은 직원 급여 지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당초 이달 21일 지급하기로 했던 8월분 미지급 급여 가운데 25%를 23일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75%는 30일 지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자금 사정에 따라 추후 공지한다는 입장이다. 밀린 추석 상여금의 지급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영업 부진이 길어지면 어렵게 확보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마저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주인 찾기도 난항, 경쟁 마트는 반사이익
홈플러스는 새 주인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본사와 온라인사업 부문, 대형마트 67개 점을 묶어 매각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말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폐점 점포 가운데 자가 점포 19곳의 부동산도 별도로 매각해 상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매각 성사는 불투명하다.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 현대백화점그룹과 GS리테일 등은 인수설을 부인했다. 인수 대금 외에 상품 공급과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까지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매각을 위해서는 영업 회복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지만, 고객을 되돌리는 일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 대형마트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3분기 전체 매출은 4조74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1%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할인점 부문 매출은 3조2621억원으로 9.9% 늘었다. 할인점의 월별 매출 증가율은 7월 7.8%, 8월 11.8%, 9월 10.1%였다. 이마트 측은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과 함께 민생회복지원금, 추석 시점 차이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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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중인 직원들의 생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부산 아시아드점은 폐점 점포 직원들의 전환 배치로 인원이 약 320명까지 늘었지만, 매장에서는 70~80명만 일하고 나머지는 휴업 중이다. 최철한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휴업 중에는 급여의 70% 수준을 받더라도 생계가 어렵다"며 "노조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여 다음달부터 점포별 사정에 맞춰 근무자와 휴업자를 교대하는 순환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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