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공문엔 '팬 이벤트·시설 사용 협조'…국감서 협업 기준 도마
행사 닷새 전 개최 결정, 관람 제한은 전날 오후 7시 공지
특별전 신규 입장 1시간 중단…기존 교육프로그램 일정도 변경
유홍준 "YG와 업무협약 따른 협업"…의원실 "판단 기준 명확해야"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룹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 팬 이벤트를 위해 특별전시실 입장을 1시간 제한하고도 해당 행사를 외부 대관이 아닌 협업 사업으로 처리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협조 요청 공문에는 팬 이벤트와 시설 사용 목적이 명시돼 있었지만, 박물관은 기존 업무협약에 따른 홍보 협업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민간 기획사 행사에 공공 전시시설을 제공하면서 대관과 협업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논란이 제기됐다.

블랙핑크의 10주년 맞이 기념 라이브 방송. 유튜브

블랙핑크의 10주년 맞이 기념 라이브 방송. 유튜브

AD
원본보기 아이콘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8일 열린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팬 이벤트의 추진 경위와 시설 사용 기준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YG 측 공문에는 행사명이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전시투어 팬 이벤트'로 기재돼 있었다. 박물관 시설 사용과 행사장 안전 관리에 대한 협조 요청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외부 기획사가 팬 이벤트를 위해 시설 사용을 요청했는데도 박물관이 이를 대관이 아닌 협업으로 분류한 근거를 문제 삼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YG와 체결한 협업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올해 2월 진행된 음성 도슨트와 홍보 이미지, 박물관 외벽의 핑크색 조명 연출 등은 문화유산 홍보를 위한 협업으로 볼 수 있지만 8월 팬 이벤트는 별도로 추진된 행사라며 판단 근거를 요구했다.


실제 행사 추진 과정도 촉박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언론에 설명한 일정에 따르면 YG는 7월 29일 팬 이벤트 개최를 요청했고 유 관장은 8월 3일 이를 최종 승인했다. 개최 닷새 전이다. 행사 장소는 8월 5일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로비로 확정됐으며, YG의 공식 협조 공문은 행사 전날인 7일 접수됐다.

일반 관람객에 대한 안내도 행사 하루 전에 이뤄졌다. 박물관은 8월 7일 오후 7시께 홈페이지에 '8월 8일 오후 일부 전시 공간 임시 조정 안내'를 게시했다. 그러나 공지에는 '박물관 행사'로 인해 일부 전시 공간의 입장이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만 담겼고 블랙핑크 팬 이벤트라는 행사명이나 구체적인 입장 제한 시간은 명시되지 않았다.


행사 당일인 8월 8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특별전시실 1의 신규 관람객 입장이 제한됐다. 당시 특별전시실에서는 태국의 역사와 미술을 소개하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 측은 행사 전날 기준 특별전 사전 예약자가 65명이었으며, 오후 3시께 입장 제한을 해제할 당시 현장 대기 인원이 50~60명가량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교육프로그램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이다 작가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전시 관람+그리기 워크숍'은 전시 관람 순서가 늦춰졌다. 이 작가는 행사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초 오후 2시 30분부터 전시를 관람해야 했지만 입장이 제한돼 이론 강연을 오후 3시 10분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행사 전날 출판사 측의 동의를 받아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팬 이벤트에는 추첨으로 선정된 팬 40명과 블랙핑크 멤버 4명이 참석했다. 박물관은 당시 관람객에게 사전 안내를 했고 입장이 제한된 관람객에게 다른 특별전인 '우리들의 밥상' 입장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시작된 '국중박×블랙핑크' 글로벌 협업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는 것이 박물관의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8일까지 박물관 외벽을 핑크색 조명으로 밝히고 블랙핑크 멤버들이 참여한 한국어·영어·태국어 음성 도슨트 등을 선보였다. 당시 박물관은 세계적인 K팝 그룹의 인지도를 활용해 한국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8월 행사에 대해서도 박물관은 태국 출신 멤버 리사의 인지도를 활용해 태국 특별전을 홍보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 이벤트가 실제 전시 관람객 유입이나 홍보 효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구체적인 성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행사 직후에는 승인 과정과 관람객 이용 제한의 적절성을 조사해 달라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실에 배정됐던 해당 민원은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송됐다. 박물관은 8월 28일 민원 답변에서 행사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향후 유사한 협업을 진행할 경우 일반 관람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사전 안내와 현장 운영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외부 행사로 관람객 이용이 제한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5월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만찬 당시에도 박물관 임시휴관으로 특별전 예약 관람객 774명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대관규정 위반 논란이 제기됐고 박물관은 이후 대관규정을 개정했다.


이번에는 행사 자체를 대관이 아닌 협업으로 분류하면서 별도의 문제가 제기됐다. 외부 기관이 박물관 시설을 사용하는 행사를 협업으로 인정하는 요건과 판단 주체, 관람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절차가 명확한지에 대한 것이다. 협업 행사에 대관규정의 관람객 보호 관련 절차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AD

김 의원은 "대관과 협업을 구분하는 내규나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판단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협업 행사에 대한 판단 기준과 관람객 이용 영향평가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또 지난 8월 블랙핑크 팬 이벤트가 태국 특별전 홍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