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 쌓인 엄청난 짐"…송파 방화, 쓰레기더미가 대피길 막았다
송파 빌라 방화 사건…30대 여성 체포
계단 메운 적치물, 대피로 50㎝ 불과해
소방 당국 "소방시설법 위반 소지 있어"
"건물 5층부터 7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 짐이 한가득 쌓여 있어요."
18일 새벽 30대 여성 A씨의 방화로 불에 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다세대주택. 다음날 이곳에서 만난 주민 B씨는 불에 탄 차량을 한참 바라보다 이같이 말했다. 아내와 함께 건물 4층에서 거주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B씨는 아들과 함께 생수, 옷가지 등 각종 생필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할 때 계단에 쌓인 물건들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벽 시간대 갑작스러운 불길에 갇힌 일부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피신해야 했지만 적치물에 걸려 넘어질 뻔한 상황이 연출됐다. 주민 C씨는 "1층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불바다라 나갈 수 없어 옥상으로 향했다"며 "올라가는 길에 계단에 쌓인 짐에 부딪혀 발을 다쳤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0시37분께 화재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다세대주택 빌라 내부 옥상. 화재 당시 일부 주민들이 대피했던 이곳은 잡동사니가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박재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실제 현장 확인 결과 5층부터 7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복도에는 종이박스, 가방 등 적치물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계단 한 칸 기준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은 약 50㎝에 불과했다. 화재 당시 일부 주민들이 대피했던 건물 옥상은 잡동사니가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민들은 해당 적치물로 인해 A씨와 A씨의 어머니(건물주) 간에 평소 갈등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주민은 "딸이 건물주인 어머니에게 '그만 쌓아두시라'라며 치우라고 설득하는 등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소방 당국에서 적치물을 치우라고 경고했지만 쓰레기가 여전히 방치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인근 상인은 "과거에 소방서에서 (적치물을) 치우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주변인들은 그것 때문이었나 추측만 하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화재로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최소한의 소지품만 챙긴 채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이 건물에서 거주해 온 주민은 "화재민 지원금은 이틀밖에 지원이 안 돼 당분간은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다가 아들 집으로 갈 예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소방시설법 16조에 따르면 화재 시 피난시설이나 방화구획,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위반 시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위와 같이 적치물을 쌓아둘 경우 소방시설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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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다세대주택 앞. 이곳은 전날 오전 0시37분께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이 나 주민 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20명이 자력 대피했다. 박재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전 0시37분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다세대주택 1층 주차장에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이번 화재로 주민 8명 등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차량 3대가 전소됐다. 주민 20명은 자력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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