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방화에 집회 제한 예고
프랑스 여행 앞둔 관광객들 혼란 커져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까지 발생하면서 여행을 앞둔 관광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시위 지역을 피해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경험담과 도심 곳곳에서 파손 흔적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함께 나오고 있다.


19일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프랑스 현지 상황과 여행 일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여행객은 '파리 시위 때문에 여행 취소하시는 분 계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다른 이용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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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체류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지금 파리에만 10일째 있는데 집회가 있는 날은 해당 지역을 피했고, 그래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위대나 경찰은 관광객에게 관심이 없다"며 교통 차질에 대비하면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주요 관광·쇼핑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만큼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며칠 전 파리에 도착했다는 여행객은 "시내 곳곳에 파편이 있었다"며 "유리 파편과 찌그러진 의자 등이 보였고, 샹젤리제 거리도 한산했다"고 전했다.

이들 경험담은 같은 파리에 머물더라도 방문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체감하는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자녀들과 파리를 방문한 네덜란드인 여행객이 소요 사태로 레퓌블리크 광장 인근 호텔에서 대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행객은 당시 주변 상황을 전쟁터에 빗댔다.

여행 강행할까, 취소할까…프랑스 시위 확산에 관광객 '촉각' 원본보기 아이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 고물가 항의 합류

이번 시위는 지난달 고등학생들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파리 외곽 크레테유에서 파업 중인 교사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린 뒤 다른 지역의 공립고등학교로 확산했다. 학생들은 교사 확충과 낡은 학교 시설 보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교사 노조와 주요 노동조합, 시민단체가 합류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한 항의가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됐다. 교육 여건과 생계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한데 모이면서 시위의 참여 계층과 지역이 넓어진 것이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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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보도를 보면 지난 17일 전국 집회 참가자는 당국 추산 약 55만명, 주최 측 추산 약 80만명에 달했다. 노동조합과 학생단체뿐 아니라 2018년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며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을 다시 이어가려는 활동가들도 참여했다. 대다수 참가자는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무리가 상점과 공공건물을 공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파리에서는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이 불탔으며 마르세유와 보르도, 니스, 스트라스부르 등에서도 약탈과 기물 파손이 발생했다.


명품 매장과 백화점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연합뉴스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렌의 라파예트 백화점과 프랑스 여러 지역의 명품 매장 등에서 약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지어진 시청 건물이 불타 시계탑이 무너졌고, 마르세유에서는 상점과 경찰서가 공격받았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태로 전국에서 약 2400명이 체포됐고 경찰관과 헌병대 등 약 1000명이 다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날 오후에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일대에서 충돌이 재개돼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다. 프랑스 소매·상업연맹은 전국에서 약 1500개 사업장이 피해를 보았으며 손실이 수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 유통업체 카르푸도 매장 50곳이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20곳은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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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약탈·폭력에 분노와 수치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약탈과 폭력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폭력에는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교육환경과 생활비 문제를 제기하는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과 약탈·파괴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제기한 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폭력 행위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약탈 가담자들에게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폭력 사태의 배후로 급진 극좌 집단과 범죄 가담자들을 지목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제시한 판단이다. 치안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과 지방행정 책임자들이 공공건물과 상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특정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우파 정치인들이 요구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는 나서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약탈과 폭력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약탈과 폭력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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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의 적절성도 점검하겠다고 했다. 시위에 앞서 정보 수집이나 경찰의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폭력 가담자 처벌과 함께 당국이 사태를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했는지도 살피겠다는 취지다. 이와 동시에 사회적 대화도 주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에 이번 주 학생과 교사, 국회의원, 노동조합 대표,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를 마련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도록 요청했다. 다만 담화에서 세부적인 지원책이나 예산 조정 방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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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프랑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안전 안내도 나왔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앞서 14일 대규모 시위 관련 안전 공지를 통해 시위 현장 인근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득이하게 집회 장소를 지나게 되면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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