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국감]유홍준 "개인 소장품 밝히지 못했다" 국감서 사과…배우자 기증품도 논란
친일파 유묵 '셀프 출품' 논란에 두 차례 고개 숙여
5만원에 낙찰받은 작품 직접 추천…검증 부실 인정
배우자 기증 석호상은 홈페이지 미게시…이해충돌 의혹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했다가 친일파의 작품으로 확인된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공식 사과했다. 작품의 고증 오류뿐 아니라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소장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까지 인정했다. 여기에 배우자가 기증한 유물의 공개 절차와 이해충돌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박물관 운영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기에 앞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에 앞서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관장 개인 소장품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며 "미술사학자로 살아온 제 실수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말했다. 사과문을 읽는 과정에서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지난 7월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영규대사가 남긴 말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은 이를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 지사의 글씨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남긴 작품으로 확인됐다.
이 유묵은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원에 낙찰받은 개인 소장품이다. 당시 경매에서는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이후 박물관은 작품에 적힌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과 소장자인 유 관장의 설명 등을 근거로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작품은 유 관장의 추천을 받아 전시에 포함됐다.
박물관은 지난 8월 외부 제보를 받고 해당 작품을 철거했다. 이후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의 검증을 거쳐 9월7일 박중양의 글씨라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박중양은 일본 유학 시절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필체와 인장, 일본식 표구 방식, 역사 기록 등을 교차 검증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기에 앞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박물관과 유 관장은 전시품 철거와 조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과했지만 소유자가 관장 본인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장 사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윤리강령 등을 근거로 소장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의 다른 개인 소장품도 전시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특별전에는 유묵 외에 자수 상보자기가 출품됐다. 유 관장은 문제가 된 유묵에 대해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목적으로 구입한 작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 관장이 기존에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와 도자기 등 865점을 기증했으며 해당 유묵도 추가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가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의 처리 절차도 논란이다.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 관장의 배우자는 지난 4월30일 석호상과 석호소상 등 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가운데 석호상은 6월2일부터 박물관 열린마당 계단에 전시됐으나, 두 유물 모두 홈페이지에 기증품 정보가 게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규칙' 제4조의2는 기증받기로 결정한 유물의 명칭과 수량, 크기, 사진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은 무거운 유물을 사진실로 옮기지 못해 고화질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고, 전시 일정도 급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유 관장 부부가 같은 날 각각 2건의 유물을 기증한 가운데 유 관장 본인의 기증품은 국가문화유산정보시스템인 'e뮤지엄'에서 확인되지만 배우자의 기증품은 게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증 절차와 공개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증품 심의와 관련해서도 관장 본인과 가족이 이해관계에 놓인 사안을 어떤 절차로 처리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논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역대 최대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는 시점에 불거졌다. 유 관장은 이날 국감에서 올해 박물관 관람객이 600만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연간 관람객 700만명 돌파도 예상했다.
유 관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으로 인한 반짝 상승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상에서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 공간이 됐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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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외형적 성장과 별개로 전시품의 학술적 검증과 소장품 관리, 기관장의 이해충돌 방지 체계를 둘러싼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았다. 유 관장은 이날 학술적 취지나 설명을 내세워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와 유족, 박물관 직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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