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연구원, 청소년기 생쥐 시상·전두엽 연결 약화 확인
회로 활성화하자 단기기억 회복…새 치료 표적 가능성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단기기억 저하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뇌 신경회로의 작동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청소년기 생쥐에서 시상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약해지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해당 회로를 다시 활성화하면 기억기능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현병의 인지기능 장애를 치료할 새로운 표적을 찾는 데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은 뇌신경과학연구부 라종철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조현병과 관련된 NMDA 수용체의 기능저하가 단기기억 장애로 이어지는 시냅스 기전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청소년기 NMDA 수용체 기능저하에 의한 시상-전두엽 시냅스 약화 및 화학유전학적 회복 모식도. 청소년기 NMDA 수용체 기능저하로 시상-전두엽 시냅스의 분비효율이 떨어지면 단기기억 장애가 나타나고(가운데), 화학유전학으로 이 회로를 강화하면 분비효율과 단기기억이 함께 회복된다(오른쪽). 연구진 제공
NMDA 수용체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과 학습·기억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 수용체의 기능저하는 조현병의 발병 기전과 관련된 요인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다. 기존 조현병 환자의 뇌영상 연구에서는 시상과 전두엽 사이의 연결이 약할수록 단기기억 능력도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지만, 두 현상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청소년기 생쥐에게 NMDA 수용체 차단제인 케타민을 2주간 반복 투여한 뒤 기억력과 뇌 회로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단기기억을 평가하는 Y자 미로 실험에서 수행능력이 떨어졌고, 약물 투여를 중단한 지 28일이 지난 뒤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성체 생쥐에서는 이러한 지속적인 기억 장애가 나타나지 않았다.
뇌 회로를 조사한 결과 시상에서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효율이 선택적으로 감소했다. 같은 대뇌피질 내부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NMDA 수용체의 기능저하가 모든 신경회로에 동일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회로를 약화시킨다는 의미다.
시냅스의 변화는 실제 정보처리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이 살아 있는 생쥐의 전두엽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한 결과, 해당 회로가 약해진 생쥐에서는 이동 방향에 관한 정보를 구분해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약해진 뇌 회로 활성화하자 기억기능 회복
연구팀은 이어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화학유전학 기법으로 시상과 전두엽 사이의 회로를 강화했다. 그러자 저하됐던 방향 정보 처리 능력과 단기기억 수행능력이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정 회로의 기능저하가 기억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케타민을 투여한 생쥐에서 조현병과 관련된 일부 인지기능 장애를 모사한 결과다. 실제 조현병 환자에게 동일한 기전이 적용되는지, 회로 활성화가 치료 효과로 이어질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라종철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 NMDA 수용체 기능저하가 시냅스 분비효율을 떨어뜨려 이 회로를 약화시키고, 이 회로를 인위적으로 강화하면 기억력도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동물모델에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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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서울대, 한양대병원, 연세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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