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몇 마디로 해외 여행 준비가 끝나는 시대가 온다.

날짜와 목적지 등 기초 정보만 입력하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여행 데이터 전문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 후 항공사와 호텔 AI 에이전트를 통해 예약을 마친다. 사람은 최종 결제만 하면 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머신네이티브 경제(The Machine-Native Economy)' 보고서는 AI가 사람 대신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가 된다고 예견한다. AI 간에 주고받는 수수료를 비롯한 초소액 결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기존 신용카드망을 이용하면 고정 수수료와 정산 지연이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타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뮤즈(Muse)'는 새로운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 것임을 보여줬다. 여행 예약, 이메일 발송, 온라인 구매에 더해 사용자가 잊고 있던 유료구독을 찾아서 해지까지 했다. 다만 결제는 아직 기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서비스를 활용한다. 머지않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M2M(Machine to Machine) 초소액 결제 서비스가 결합될 전망이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AI를 '기계가 쓰는 지능(machine-native intelligence)'으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기계가 쓰는 돈(machine-native money)'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두 산업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24시간 연중무휴 M2M으로 일하는 AI 에이전트에 정산이 지연되고 수수료가 비싼 기존의 은행이나 신용카드 결제망은 번거롭다.

블랙록은 지난해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조정 결제액이 이미 11조달러(약 1경5000조원)를 돌파해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거대 결제망 규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장하자면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 경제에서만큼은 이미 '기축통화'의 위치가 된 것이다.


미국은 블랙록 등 월가의 오랜 거인들과 메타 같은 혁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머신 이코노미'의 글로벌 표준을 빠르게 선점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IT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준비금·감독체계 등 정산 인프라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입법)은 국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초동시각] 머신이코노미와 디지털자산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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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카드 결제망이 촘촘해 소액결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이점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해외 서비스에 대금을 치르는 에이전트나 기업 간 정산에서는 달러를 거치는 환전 비용이 생긴다. 지금의 규제 진공 상태에서, 국내기업은 이를 활용한 새로운 정산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데 법적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결국 해외 사업자가 이 시장을 다 가져갈 수 있다.


말 몇 마디로 해외 여행 준비가 끝나는 시대가 곧 온다.

국내산 디지털 금융이 제때 개화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외산 AI 에이전트와 해외 결제 인프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AI 강국'이 되려면 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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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영 증권자본시장부장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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