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KIST·고려대 공동연구팀 성과
실리콘 팽창 문제 해결 복합소재 개발
충·방전 200회 후에도 용량 85% 유지
크고 작은 돌을 맞물려 쌓은 제주 돌담은 바람이 통할 틈을 남기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배터리 속 실리콘도 이런 방식으로 배치하면 어떨까.
국내 연구진이 서로 다른 크기의 소재를 조합해 전기를 많이 저장하면서도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때 생기는 부피 팽창 문제를 줄인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 저장용량은 기존 흑연 음극의 약 2.5배에 달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강석주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석훈 박사, 고려대 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흑연과 유기소재, 실리콘 입자를 크기별로 배치한 복합 음극을 개발했다고 19일 알렸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음극은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받아들여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상용 배터리에 널리 쓰이는 흑연은 안정적이지만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에 한계가 있다.
실리콘은 같은 무게의 흑연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지만, 충전할 때 부풀고 방전할 때 줄어드는 과정에서 전극에 균열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용량을 높이려 실리콘을 많이 넣을수록 배터리 수명이 짧아질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소재의 종류뿐 아니라 입자 크기와 배치 방식에 주목했다. 가장 큰 흑연 입자로 전기가 흐르는 뼈대를 만들고, 중간 크기의 유기소재인 cHBC로 빈 공간을 채워 구조를 지탱했다. 그 사이에 작은 실리콘 입자를 넣어 전기를 저장하도록 했다. 실리콘이 팽창할 때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 전극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돌담이 크고 작은 돌을 맞물려 쌓아 안정성을 확보하듯, 서로 다른 크기의 입자가 빈틈을 메우면서도 실리콘의 부피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험에서도 성능 차이가 나타났다. 개발된 음극의 저장용량은 전류 밀도 0.1 A/g 조건에서 1g당 약 890mAh로 측정됐다. 같은 조건에서 흑연 음극은 약 350mAh였다. 같은 무게의 음극 활물질을 기준으로 실리콘 복합 음극이 약 2.5배 많은 전기를 저장한 것이다.
충·방전을 반복했을 때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고용량 NCM811 양극과 결합한 배터리는 약 30분에 한 번 충·방전을 마치는 2C 조건에서 200회 충·방전 후에도 처음 용량의 약 85%를 유지했다. 실리콘 함량은 같지만 유기소재를 넣지 않은 비교군의 용량 유지율은 약 55%에 그쳤다.
실제 배터리 형태에 가까운 파우치형 배터리에서도 1C 조건으로 185회 충·방전한 뒤 용량 유지율이 85% 이상으로 나타났다. 소재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실리콘의 높은 저장용량을 활용하면서 내구성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도 실리콘 입자의 뭉침 크기와 분포가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을 무조건 많이 넣기보다 적절한 크기로 고르게 배치해야 리튬을 충분히 저장하면서 부피 팽창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석주 교수는 "고용량 소재를 얼마나 넣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배터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교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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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과학기술정보통신부(InnoCORE),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2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후면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정식 출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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