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서 개성 찾는 젊은 소비자들
스타일링 영상 소셜미디어서 인기
한때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장신구로 여겨졌던 '비녀'가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시장을 돌며 개성 있는 옥반지를 찾아 나서던 젊은 층의 관심이 이번에는 비녀로 옮겨붙은 모습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녀를 활용한 헤어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동대문시장에는 이를 직접 구매하려는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연합뉴스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녀를 활용한 올림머리 스타일링 영상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손님의 머리를 직접 틀어 올린 뒤 비녀를 꽂아주는 영상은 조회 수 160만 회를 넘어서며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절대 안 풀리는 비녀 꽂기', '출근·모임 만능 비녀 20초 팁' 등 간단한 사용법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수만에서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자 실제 매장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주목받는 '비녀'
최근 젊은 층이 비녀를 선택하는 이유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보다는 디자인과 실용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제품은 전통적인 일자형 비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두 갈래로 나뉜 U자형 헤어핀이 대표적으로, 서양에서 유행하는 올림머리인 '프렌치 번(French Bun)' 스타일에 활용되는 제품과 유사하다.
비녀 열풍은 실제 판매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시장의 한 액세서리 매장 업주는 관련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이후 비녀 판매량이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주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구매하지 못했던 손님들이 SNS를 보고 사용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비녀를 일부러 보러 오는 젊은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장에서 직접 머리를 해주면 거의 다 사 간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행은 단순히 과거의 장신구가 다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넘어 젊은 세대의 달라진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20·30세대 사이에서는 전통시장에서 옥반지 등 오래된 장신구를 찾아 구매하는 문화가 관심을 끌었다. 대형 브랜드의 획일화된 제품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을 직접 발견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경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래된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데이트 연관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니 동묘가 성수를 앞섰을 정도"라며 "물건이 가득한 시장에서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는 놀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양식의 '걸리시'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이를 비녀라는 이름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요소와 현대 패션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소비 가치 만들어
전통적인 요소가 현대적인 패션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소비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역시 이번 현상을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SNS에서 누군가 시도한 스타일이 예쁘면 다른 사람이 따라서 해보고, 판매자는 그걸 보고 또 만든다"며 "사실상 모든 사람이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유행하는 U자형 헤어핀을 전통 비녀와 동일한 장신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형태와 사용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비녀'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받아들이면서 전통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스타일이 결합한 새로운 유행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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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도 비녀 유행을 둘러싸고 디자인과 실용성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머리를 정리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으로 꼽히지만, 긴 머리나 머리숱 등 개인별 조건에 따라 사용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전통 장신구가 젊은 세대의 일상 속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옥반지에 이어 불어온 비녀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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