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1년 6개월로 늘어났지만,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여전히 육아휴직 기간 중 1년만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낡은 규정을 개선하고, 기존 규정으로 피해 입은 연구자에게도 개정 규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을)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23개 출연연의 인사 규정·취업규칙·퇴직금 규정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기연)·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등 4개 기관은 일부 규정에서 남성 연구자의 육아휴직 기간 중 1년만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정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황정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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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면서 육아휴직이 최대 1년 6개월로 늘어났지만, 4개 출연연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내부 규정에 추가 6개월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제19조제2항)은 육아휴직 기간을 1년 이내로 하면서,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 등에는 6개월 이내에서 추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또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4항)한다. 부모가 육아휴직을 쓰면 각자 최대 1년 6개월까지 근속기간을 인정받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KIST는 '2014년 공동단체협약'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확대하면서, 2015년 8월 '퇴직금 지급 규정(제6조제2항)'에는 '단 남성의 육아휴직은 1년만 근속기간에 포함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후 '2019년 공동단체협약'을 통해 최대 3년의 육아휴직 기간 모두를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도록 바꿨지만 '퇴직금 지급 규정'의 미비점은 그대로 남겼다.


이 때문에 같은 3년의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여성은 퇴직금 산정 시 3년을 모두 근속기간으로 인정받는 반면 남성은 1년만 근속기간으로 인정받고 2년은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됐다. 이런 구조는 지난 11년간 유지돼 왔다.


KIST는 황 의원실에 "자체 노무법인 자문 결과, 남성의 근속 인정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규정이 법정 육아휴직 확대와 '상충할' 소지가 있고, 법정기간을 넘는 약정 육아휴직이라도 성별에 따라 근속 인정에 차등을 두는 것은 '근로기준법(제6조)의 균등처우 원칙과도 상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도 같은 판단을 내놨다. 노동부는 황 의원 측의 질의에 남녀고용평등법(제19조제4항)에 따라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또 남녀 모두에게 3년의 육아휴직을 허용하면서 합리적 사유 없이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속기간 산입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근속에 연동된 임금, 복리후생, 승진 등에서 불이익이 생긴다면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지자연은 '경력평점요령'에서 육아휴직의 근속 인정 기간을 첫째 자녀 1년, 둘째 자녀 2년, 셋째 자녀 이후 3년으로 자녀 순서에 따라 차등을 둔다. 근속기간에서 빠진 휴직 기간은 경력점수에도 가산되지 않는 구조다. 첫째 아이를 키우는 직원은 법이 보장한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6개월은 경력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에기연은 '취업규칙'에서 육아휴직 최초 1년(셋째 자녀 이후 2년)까지만 근속기간에 산입한다. 지난 9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공포했지만, 그나마도 법 개정에 따른 추가 6개월 근속 산입 규정은 반영하지 않았다.


원자력연은 '퇴직금지급규정(제6조제3항)'에서 육아휴직 기간 중 자녀당 최초 1년(셋째 자녀 이후는 전 기간)만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경력평점기준 등에 따라선 최대 1년 6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반영하지만,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4개 출연연은 황 의원실의 자료 요구 후 현재 규정 정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황 의원은 "국가 연구기관이 '남성은 1년만'이라는 낡은 규정을 11년간 유지한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특히 법 개정 후 1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출연연이 관련 규정을 방치한 것은 연구자의 권리를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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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NST는 23개 출연연의 근속·경력·보수 규정 전반을 전수 점검해 성별·자녀별 차별이 없도록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전수점검 후에는 그간 불이익을 받은 직원 역시 소급 구제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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