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체위 국감…관장 개인 소장품 전시·검증 경위 집중 추궁 예상
애국지사 글씨라던 '일반시국은', 친일파 박중양 작품으로 확인
블랙핑크 팬미팅 관람 통제·뮷즈 저작권·상설전시 유료화도 쟁점
관람객 1년 새 72% 급증…수용시설 확충·유물 수장고 문제 부상
지난해 6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으며 국내 대표 문화 명소로 떠오른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잇단 논란에 휩싸였다. 애국지사의 글씨로 전시했다가 친일파의 작품으로 밝혀진 유물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여기에 블랙핑크 팬미팅을 위한 전시공간 통제와 인기 문화상품 '뮷즈'의 저작권 문제, 수장고 포화와 상설전시 유료화 논쟁까지 겹치면서 박물관의 운영·관리체계 전반이 국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박원근의 유묵 전시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한 전시품이 친일파로 알려진 동명이인의 작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전시에서 철거됐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26곳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다. 특히 유홍준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을 박물관 전시에 추천하고, 해당 작품의 제작자를 잘못 판단한 경위에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있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이 작품은 당초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됐다.
그러나 작품에 적힌 '박원근'이라는 이름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사용했던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 작품을 철거하고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서예와 근현대사, 고문헌,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의 검증을 거쳐 지난달 7일 해당 작품이 박중양의 글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작품의 소장자와 전시 결정 과정이다. 국회 문체위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유물은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원에 낙찰받은 개인 소장품이었다.
박물관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관장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해 전시에 활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 당시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품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장자의 설명 등을 종합해 작가를 판단했다는 취지다.
유 관장이 작품을 추천한 당사자이자 소유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립박물관의 유물 검증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박물관장 개인의 판단이 전시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작품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검증 절차가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다.
유 관장은 지난달 10일 특별강연에 앞서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사과했다. 박물관도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차례 사과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물관 측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국제박물관협회(ICOM) 윤리강령에 따라 소장자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 관장이 해당 작품을 부여 지역에 기증할 목적으로 구입했으며, 실제로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와 도자기 등 865점을 기증한 이력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물관은 앞으로 기존에 공개된 적 없는 개인 소장품을 전시에 활용할 경우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팬미팅도 국감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추첨으로 선정된 팬 40명을 위한 행사로 일부 전시공간의 일반 관람객 출입이 제한됐고, 기존 교육 프로그램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물관 측은 행사 전날 홈페이지에 일부 전시공간의 입장이 조정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행사 명칭과 구체적인 통제 범위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팬미팅의 승인 절차와 시설 사용료 부과 여부, 관람 제한의 적정성 등을 확인해 달라는 감사 요청 민원이 문체부에 접수됐다.
이 사안은 민원이 감사담당관실에 배정된 것으로, 실제 감사 착수나 위법·부당한 행정처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공 문화시설에서 민간 행사를 진행할 때 적용하는 대관 기준과 일반 관람객의 이용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MU:DS)'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문제도 주목된다. 뮷즈는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넘어서며 박물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지만, 문화유산을 활용한 상품의 디자인권 보호 범위와 판매업체 간 분쟁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8월에는 신라 금관을 본뜬 브로치의 디자인권을 둘러싸고 업체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진 사실이 알려졌다. 재단이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을 박물관 매장에 입점시키려 한 것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으며, 재단은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후속 등록 상품의 판매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중국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단청 키보드 등 뮷즈 인기 상품의 모방품이 판매되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재단은 지난해 한국저작권위원회·한국저작권보호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관람객 증가에 따른 수용시설 확충도 주요 과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은 650만7483명으로 2024년 378만8785명보다 약 72% 증가했다. 올해도 관람객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혼잡과 주차·편의시설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3월부터 개관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9시 30분으로 앞당겼다. 내년 상반기에는 온라인 예약·예매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관람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운영시간 조정을 넘어 공간과 인력, 편의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설전시 유료화 문제도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유 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상설전시 유료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시점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5월부터 상설전시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기획전시만 관람료를 받고 있다.
유료화에 따른 재원 확보와 관람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반면, 무료 관람을 통해 확대된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상설전시 유료화의 시행 시점이나 요금은 확정되지 않았다.
유물 보관시설 부족 역시 박물관계 전반의 현안이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 수장률은 17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52.8%, 국립전주박물관은 113.3%로 이미 적정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서고도 수장률이 100.74%에 달했다.
대전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와 경산 수장고 건립사업은 사업비 증가로 타당성 재조사를 받으면서 완공 목표가 당초 2027년에서 2030년으로 늦춰졌다. 올해 관련 사업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기관마다 수장률 산정 기준이 달라 국가 전체의 보관 여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기관 합동 실태조사와 수장시설 확충계획 수립, 권역별 공동수장고 확대를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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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650만명 돌파와 뮷즈 흥행 등으로 국내 문화기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이번 국감에서는 그 성과만큼 전시품 검증의 신뢰성, 공공시설 이용의 형평성, 문화상품의 권리 보호, 관람객 수용 능력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도 집중적으로 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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