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실손보험금 논란…입원 기준 놓고 의료계도 이견
하지정맥류 수술의 실손의료보험 보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 내부의 입원 기준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새 권고안은 환자가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만 있는 경우엔 입원치료를 하지 않고, 수술 또한 발거술이나 정맥절제술과 같이 절개가 큰 경우, 또는 수술 중 마취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생겨 퇴원이 불가한 경우에만 입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앞서 2021년 임상진료지침에서는 대한정맥학회가 하지정맥류 수술 후 평균 3~6시간 이상의 회복과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2026년 권고안에서는 의학적 근거 없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꿨다"며 "이 경우 환자의 실제 상태보다 외형적인 혈관 돌출 정도나 정형화된 분류에 따라 입원 필요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 이후 보험사 심사 강화
입원 필요성 둘러싼 분쟁 확산 우려
"학회 새 권고안, 의학적 근거 공개해야"
하지정맥류 수술의 실손의료보험 보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 내부의 입원 기준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입원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한지를 보험사가 판단하겠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손보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학회 차원의 기준을 두고 일선 개원가 의사들이 의학적 근거와 의견 수렴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이 하지정맥류 수술·시술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심사하면서 실제 입원 여부와 입원의 의학적 필요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며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에 문제가 생겨 혈액이 역류하면서 혈관이 늘어나거나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외관상의 변화뿐 아니라 다리 통증과 무거움, 부종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피부 변화나 정맥성 궤양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로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나 반대로 줄곧 앉아서 일하는 근로자, 항공사나 기차 승무원 등과 같이 장시간 이동하는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하고,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압박스타킹 착용 등 보존적 치료부터 레이저·고주파를 이용한 혈관폐쇄술, 문제가 생긴 정맥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 등을 시행한다. 정맥 내부에 특수 카테터를 삽입하거나 의료용 생체 접착제를 이용해 혈관을 폐쇄하는 방법도 있다. 비급여 시술·수술의 경우 진료비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차이가 있다 보니 일부 병원에선 통원 대신 입원을 통해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 대법원이 한 하지정맥류 수술 관련 사건에서 "병원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보험 약관상 입원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상태와 실제 치료 내용 등을 종합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 입원 인정 여부를 둘러싼 보험금 분쟁과 심사 기준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 환자가 실제 필요에 의해 입원치료를 받았더라도 보험사가 사후 심사를 통해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예상했던 입원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통원치료로 간주돼 진료비의 일부만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는 조창욱 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은 "사법부의 판결은 의료 기록이 부재했던 특정 병원의 한 사례일 뿐"이라며 "민간 보험사들이 이를 내세워 하지정맥류 치료가 과잉진료와 불법청구의 온상인 것처럼 왜곡하고 보험금 심사 기준을 확대해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같은 시술을 받더라도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시술 범위, 수술 후 출혈이나 통증 등에 따라 입원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실제 관찰이나 처치가 필요한 환자까지 통원치료를 선택하거나 치료 자체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정맥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 수술 입원 적정성 기준 권고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환자별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며 "진정제의 잔여 효과로 어지러움이나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국소마취제의 흡수 과정에서도 관찰이 필요할 수 있는데, 수술 시간이 짧아졌다고 모든 환자의 수술 후 관찰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대한정맥학회가 대한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입원의학회 등과 함께 발표한 '하지정맥류 수술 입원 적정성 권고안'이 기존 임상진료 지침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새 권고안은 환자가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만 있는 경우엔 입원치료를 하지 않고, 수술 또한 발거술이나 정맥절제술과 같이 절개가 큰 경우, 또는 수술 중 마취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생겨 퇴원이 불가한 경우에만 입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앞서 2021년 임상진료지침에서는 대한정맥학회가 하지정맥류 수술 후 평균 3~6시간 이상의 회복과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2026년 권고안에서는 의학적 근거 없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꿨다"며 "이 경우 환자의 실제 상태보다 외형적인 혈관 돌출 정도나 정형화된 분류에 따라 입원 필요성을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학회가 실손보험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권고안을 서둘러 마련하면서 실제 수술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의사회와는 의견을 조율하지 않았다"고도 비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지정맥류 수술 1만4873건 가운데 76.7%(1만1490건)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병·의원급에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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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회는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를 고위험군 판단에 반영하고, 증상이 있는 환자의 입원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권고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수술 중 합병증이 발생해 입원으로 전환한 경우 수술 의사의 기록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별도의 심사 절차를 두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한정맥학회 측과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에도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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