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숫자만 보다가 간과하고 있는 것
정책 성공하려면 허술한 문턱 손 봐야

[서울NOW]76조 시장 모아타운, 공동시행자 제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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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몇 가구를 공급하느냐'를 묻는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급 정책이면서 다른 면에서 건설업체에는 거대한 시장이다.


직접 계산해봤다. 서울시가 지난 8월 23일과 10월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추진 중인 모아타운은 137곳, 약 13만 가구다. 1곳당 평균 950가구꼴이다. 시는 2030년까지 100곳, 8만가구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했다. 합치면 21만 가구다.

강북 지역의 최근 건설업체 수주 공사비를 바탕으로 가구당 공사비를 약 3억6500만원으로 잡으면 총 공사비는 76조7340억원이다. 시공사 공사비를 총 분양수입(매출액)의 40%로 보면 전체 매출액은 192조원에 이른다.


공동시행자 몫도 따져보자. 중랑구의 한 모아타운 사업장은 공동시행자와의 계약에서 매출액의 2.1%를 수수료로 정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공동시행자는 모아타운 1곳당 용역비 170억원을 가져간다. 총 시장 규모는 4조원대다. 상당수 사업장이 공동시행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무리한 추정은 아니다.

모아타운 자체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 1호 광진구 한양연립은 통합심의 8개월 만에 착공해 올해 8월 준공했다. 99가구가 215가구가 됐다. 서울시는 후보지 선정부터 착공까지 6년 걸리던 기간을 4.5년으로 더 줄이겠다고 한다. 다세대와 낡은 단독·다가구가 뒤섞여 재개발이 어려운 강북 노후 저층 주거지에 맞는 해법이다.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고 통합심의를 하니 속도도 빠르다.


문제는 이권이 걸린 자리의 문턱이 너무 낮고 제도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은 조합이 건설업자 등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했다. 전문성과 자금이 부족한 조합을 돕자는 취지다. 하지만 요건이 허술해 동의서 징구 단계부터 들어온 업체가 시공사 선정까지 좌우하는 일이 생긴다. 시행사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고 정비업체 역할을 하며 막대한 용역비를 챙긴다는 지적이 있다. 인허가 실무를 쥔 공동시행자 앞에서 정비사업 경험이 없는 주민들로 꾸려진 조합은 껍데기만 남기 쉽다.


현장은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 4월 서울북부지법은 중랑구 사업장에서 조합원 서면동의 없이 맺은 공동시행 계약을 무효로 봤다. 그러면서 공동시행자에게 7억3000여만원 반환을 명령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도 받기 전에 한꺼번에 지급된 용역비였다.


서울시도 감사를 통해 공동시행자에게 개선을 요구했다. 그런데 2심이 진행 중인 지금, 1심에서 이긴 이 조합이 오는 24일 오전 해산총회를 열기로 하고, '공동시행자 선정 및 계약 재인준(추인)' 안건을 올렸다. 같은 날 오후 통합 대상 바로 옆 조합의 정기총회에서도 공동시행자 계약 추인 안건이 다뤄진다. 의미를 제대로 아는 조합원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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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감사가 있었는데도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21만 가구짜리 시장을 서울시 지침과 감사만으로 관리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도 신속하게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공동시행자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모아타운 정책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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