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암 직접 공격하는 주사' 개발…나노 탄소에 철성분 넣어
임상 1상, 19명 환자 중 16명 효과
폐수 정화 원리로 암세포 공격
안전성 높여야…임상 2상 진행
중국 연구진이 폐수 처리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주 작은 탄소 입자와 철을 결합한 주사제로 암세포 성장을 막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융성 쓰촨대 화시병원 암센터 교수 연구진이 "최근 임상 1상 경과 환자의 84.2%가 주사 부위의 암이 줄거나 성장이 멈추는 것을 경험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신호 전달과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폐수 처리 기술'을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철은 과산화수소와 만나면 주변 물질을 강하게 산화시켜 손상하는 물질을 만든다. 이 반응을 이용하면 폐수 처리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
암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종양미세환경)은 정상 세포보다 과산화수소 농도가 월등히 높다. 이곳에 철 이온이 들어가면 과산화수소와 촉매 반응을 일으켜 파괴력이 극도로 강한 활성산소(하이드록실 라디칼)를 폭발적으로 생성한다. 이 활성산소가 암세포의 지질막을 찢어버리며,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하지만 철 이온을 그냥 주사하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흩어지거나 독성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액체 속에 아주 작은 탄소 입자가 퍼져 있는 나노 탄소 주사제에, 철 성분을 공급하는 황산철을 섞은 시험용 주사제 'CNSI-Fe'을 개발했다. 나노탄소 입자가 일종의 스펀지나 그물망 역할을 하여 철 성분을 품은 채 종양 내부에 오래 머물도록 했다.
당초 중국에서 나노 탄소 주사제는 수술을 돕는데 썼다. 림프샘을 검게 물들여 의사가 쉽게 찾도록 표시약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연구진이 철을 결합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으로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의 암 치료가 잘 듣지 않던 암 환자 19명에게 이 약을 투여했다. 환자들은 ▲두경부암 ▲췌장암 ▲폐암 ▲난소암 ▲유방암 ▲외음부암 ▲육종(뼈를 제외한 근육·신경·지방 등에서 발생하는 암) 등을 앓고 있었다. 이 가운데 16명은 암이 다른 부위로 퍼진 4기 환자였다.
연구진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암 덩어리 안에 주사제를 직접 투여했다. 12명은 한 차례, 7명은 두 차례 치료받았다. 환자마다 용량은 달리했다.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2명은 암이 줄었고, 14명은 암세포가 더 커지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다른 부위의 암까지 포함해 몸 전체를 평가하면 암이 줄어든 환자는 1명·더 커지지 않는 상태를 보인 환자는 12명이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환자 89.5%가 주사 통증을 겪었고, 약 53%는 고혈압 증상을 보였다. 혈액 속 철 농도가 상승하고 빈혈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각각 47%가량 됐다. 과민반응으로 시험을 중단한 환자도 1명 있었다. 다만, 심각한 혈액 독성이나 간·신장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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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더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중국 병원 10여 곳에서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기존의 암 치료가 잘 듣지 않던 환자들에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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