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내외 경제전문가 13명 설문조사
韓 성장률, 올해와 내년 모두 한은 전망보다 높아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내년엔 투자가 이끈다
내년 물가도 한은 목표 수준 상회 전망
금리 최대 결정 요인도 '높은 물가'
2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국내외 경제전문가 다수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3%대 중후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세가 지속되며 하반기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가 지속되면서 정부와 민간 투자를 중심으로 3%대 초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 다소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특히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2.5% 전후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 역시 전문가 대다수가 높은 물가 수준을 꼽았다.
올해 성장률 3.5% 이상 전망 대다수…전문가 90% "내년 2.9% 이상"
18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및 외국계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6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1명 중 8명(72.7%·미응답 2명)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5%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3.5%가 3명으로 가장 많았고, 3.7%가 2명이었다. 이어 3.6%와 3.8%가 각각 1명으로 뒤를 이었다. 4.0% 전망도 나왔다. 8월 조사 당시 66.7%(12명 중 8명)로 가장 많았던 3.2~3.4% 전망은 3명으로 줄었다.
이는 전문가 8명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결과다. 성장률을 다시 올려 잡은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하반기 성장률도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성장률을 3.4%에서 3.7%로 상향 조정한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발(發) 수출 호조로 3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1.0% 내외의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를 전망한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로 3분기 성장률이 다시 한번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을 넘어 설비투자 증가세를 이끄는 점도 성장률 전망을 높인 배경이다. 성장률을 3.1%에서 3.4%로 높여 잡은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이후 설비투자 개선세가 유지되면서 한은의 8월 전망(3.3%) 대비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견조한 반도체 수출에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예상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3%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11명 중 8명(72.7%·미응답 2명)은 내년 3%대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3.0%와 3.1%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3%와 3.5%가 각각 1명이었다. 한은 전망치와 동일한 2.9%를 전망한 전문가는 2명이었다. 내년 성장률 역시 대다수의 전문가(9명)가 지난 8월 대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다소 둔화될 수 있음에도 반도체 효과가 정부와 민간의 투자로 이어지며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2.4%에서 2.9%로 전망치를 높인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출과 설비투자, 건설투자 모두 기존 예상보다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확장적 예산과 미래대응기금으로 재정지출도 늘어 견조한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4%에서 3.1%로 상향 조정하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공공건설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성장세에도 경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중심의 성장 흐름을 내년에도 지속하겠으나, K자형 성장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2.2~2.5%로 내려갈 것…여전히 높다 vs 하향 안정 평가 엇갈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에는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은의 8월 전망과 동일한 2.7%로 예상했다. 이어 2.6%와 2.8%가 각각 1명으로, 전문가 전원이 2.7% 전후의 높은 상승률을 예상했다.
내년에는 응답자 전원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2.3%가 3명으로 가장 많았고, 2.2%와 2.4%·2.5%가 각각 2명이었다. 대다수가 2.2~2.5% 수준을 예상한 것이다. 2.1%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다만 내년 물가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소비자물가가 내년에는 차츰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도 있었지만, 한은의 목표 수준(2.0%)을 뛰어넘어 높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내년 2.5% 상승률을 예상한 한준희 책임연구원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은 전쟁 종료 여부와 관계없이 시차를 두고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여기에 수요측 물가압력도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4%를 전망한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낙수효과가 소비보다는 투자에 집중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주목하고 있는 근원물가는 내년에도 2.4~2.6%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응답자 8명 중 3명이 2.5%를 전망하며 가장 많았고, 2.4%와 2.6%가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전망치는 2.5%가 5명, 2.6%가 3명이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 점차 안정세로 진입하겠으나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 등을 반영해 근원물가는 2.5% 내외에도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구 연구원 역시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2%대 중반 이하로 진입할 것"이라면서도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의 내수 파급효과는 크지 않지만 반도체 칩플레이션 등으로 높은 레벨에서 완만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변수 1순위, 일제히 '물가'…"반도체發 물가압력 크기도 중요 변수"
이달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한은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가 높은 물가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 12명(복수응답·미응답 1명) 전원이 고(高)물가를 꼽았다. 다만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한 우선순위는 엇갈렸다. 응답자 6명은 이란전쟁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즉 공급측 물가 상승을 주요 변수로 봤다. 4명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요측 고물가 압력을 변수로 꼽았다. 근원물가를 최대 변수로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윤여삼 연구원은 "고유가가 올해 주요국 통화긴축의 핵심이자 내년까지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으며, 안예하 연구원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긴축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요측 물가압력의 크기가 향후 통화정책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준희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대규모 투자 확대가 유발하는 수요측 물가압력의 크기와 지속성이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원 역시 "올해 예상을 상회하는 소득 여건 개선세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한은의 대응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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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가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안예하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 기대가 훼손될 경우 성장 눈높이가 하향 조정돼 최종 금리 수준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양극화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경기 과열 양상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긴축 강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백윤민 연구원은 "가계·산업 내 양극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양호한 성장률에도 부진한 내수는 한은의 통화긴축을 일부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는 국내 통화긴축 부담을 높이는 재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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