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산업 아우르는 특수장비 제작 경쟁력
368억원 규모 대형 수주…매출 138% 증가
생산능력 4배 확대…내년 IPO·美 진출 모색
"20억원짜리 PD 믹서를 아예 만들어 놔뒀습니다. 고객사가 직접 시험해보면 더 하실 말씀이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 14일 경기 화성시 제이피(JP)이노베이션 공장. 이제환 대표는 공장 한편에 놓인 대형 산업용 혼합장비 'PD 믹서'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20t급의 은빛이 나는 장비였다. 이 대표는 이를 직접 가동해 내부 날개가 회전하는 모습을 기자들 앞에서 시연했다. 점도가 높은 원료를 균일하게 혼합하고 분산시키는 것이 이 장비의 핵심 기능이다. 이차전지 전극 소재부터 화학제품, 화장품·의약품, 전자재료까지 다양한 산업의 생산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 장비를 제작해둔 이유는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고가의 원료를 취급하는 고객사들은 장비의 성능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선뜻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고객사가 직접 성능을 확인하도록 한 영업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기존 PD 믹서에 고속 균질화 기능을 결합한 'PDH 믹서'까지 자체 개발해 특허 등록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향 이차전지 프로젝트 수주와 장비 공급에도 성공했다.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경쟁력…EPC 사업도 강화
2009년 설립된 제이피이노베이션은 제약·바이오와 화장품, 이차전지, 반도체·전자소재 등에 사용되는 화학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반응기와 필터 리액터, 필터 드라이어, 동결건조기 등이다. 원료 합성부터 여과·세척·건조·혼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산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제작한다.
회사의 강점은 특정 산업에 의존하지 않는 폭넓으면서도 희소한 제조 기술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필터 드라이어와 동결건조기 등 일부 특수장비는 국내 제작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들뿐 아니라 PD 믹서 등 다양한 특수장비의 설계·제작 기술과 납품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의약품 원료 공정용 '파우더 리파이너'도 자체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런 기술 경쟁력은 산업별 경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떠오를 때는 관련 장비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K뷰티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화장품 원료 생산설비가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2024년 자외선 차단제 원료 제조사인 에이에스텍과 368억원 규모의 생산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해당 사업의 매출이 2025년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연결 매출액은 전년보다 138.2% 오른 573억원, 영업이익은 6배 이상 뛴 64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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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공정장비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소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 설계부터 장비 제작, 설치와 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이다. 엔지니어링 베이스와 3D 설계 시스템을 도입해 설계 오류와 재작업을 줄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는 등 경영혁신에도 나섰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중소기업 경영혁신대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사업 확대에 맞춰 생산시설 확충에도 나섰다. 현재 경기 화성시 본사 공장은 4100평 부지에 6개 공장동을 갖췄고, 연간 생산능력은 500억원 규모다. 회사는 2028년까지 화성 양감 H테크노밸리의 1만평 부지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기존 제조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중대형 EPC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IPO 발판 삼아 해외로…'100년 기업' 구상
제이피이노베이션은 기업공개(IPO)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과거 일본에 장비를 수출하고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지만, 해외영업 인력과 조직 부족으로 사업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내년 5~7월 상장을 추진 중이며, 상장 이후 해외영업 조직과 전문인력을 확충해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 현지법인 설립과 해외 전시회 참가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회사를 '100년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더라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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