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교단이 교리 주입하고 신앙스타 관리"
집회·보도자료로 피해자에 2차 가해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81)의 성범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씨뿐 아니라 교단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민사부(임성실 부장판사)는 최근 홍콩 국적 메이플과 호주 국적 에이미, 한국인 A씨 등 피해 여신도 3명이 정씨와 JMS 교단, 교단 2인자 김지선씨(48)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씨와 교단이 공동으로 메이플에게 2억5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에이미에게는 8000만원과 이자, A씨에게는 4000만원과 이자를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김씨도 정씨, 교단과 함께 메이플에게 지급할 금액 중 3000만원과 이자를 부담하도록 했다. 피해자 3명은 정씨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준강간 등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JMS 신도들이 2023년 정명석 선고를 앞두고 대전 서구 대전지법 앞에 설치한 안내문. 연합뉴스

JMS 신도들이 2023년 정명석 선고를 앞두고 대전 서구 대전지법 앞에 설치한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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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피해자들이 자신을 '재림 예수'라고 믿도록 세뇌해 심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한 뒤 강제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다. 메이플과 에이미가 자신을 허위 고소했다며 맞고소한 무고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김씨 역시 2018년 3~4월 정씨의 준유사강간 범행에 가담해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정씨의 성범죄에 교단과 김씨도 책임이 있다며 2024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이플은 5억원, 에이미는 1억5000만원, A씨는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교단이 집회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허위 고소를 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2차 가해를 했다는 점도 배상 청구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정씨와 JMS 측은 성범죄가 정씨 개인의 일탈인 만큼 교단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2차 가해 행위 또한 형사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도 정씨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씨와 김씨의 형사 유죄 판결을 근거로 두 사람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교단에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씨를 예수이자 성자이며 예수보다 더 높은 존재로 보는 취지의 교리가 성범죄에 영향을 미쳤고, 미모의 여신도를 이른바 '신앙스타'로 선발해 관리하는 과정에 교단 조직이 동원됐다는 점 등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교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단은 피해자들이 신체 접촉 요구가 정상적인 종교활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판단을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교단의 세뇌로 정씨의 행위를 거부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씨는 성범죄 가해자이기 때문에 허위 고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외국인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한 것은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위자료 산정 과정에서는 범행의 상습성과 높은 비난 가능성, 피해자들이 받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고도 반성하지 않고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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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씨는 2018~2022년 다른 여신도 16명을 종교적으로 세뇌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린 뒤 80여 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1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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