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슈퍼마켓 700곳 피해
식량안보 위협…러 소행 의혹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프랑스 전역의 슈퍼마켓이 동시다발적으로 냉장고 해킹 공격을 받는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내에서 피해를 입은 슈퍼마켓 매장은 무려 7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킹으로 냉장고 온도가 갑자기 섭씨 50도까지 치솟으면서 냉장 보관 중이던 식료품은 전량 폐기됐다.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피해 규모는 최소 우리 돈으로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갑자기 해킹된 슈퍼마켓 냉장고…배후 자처 세력없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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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당국은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배후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이 매우 광범위하고 정교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격을 받은 유통업체들의 냉장고 운영 네트워크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굉장히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이나 프로그램 제작사와 달리 보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보안 프로그램도 지나치게 노후화된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네트워크 시스템 자체도 상당히 오래된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프랑스의 거의 모든 유통업체 슈퍼마켓이 공격을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배후를 자처하거나 대가를 요구하는 해킹 집단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커들은 대규모 공격 이후 배후를 자처해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거나,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돈을 노리는 해커들이었다면 슈퍼마켓 냉장고를 공격하기보다는 슈퍼마켓 체인에 등록된 개인 고객 정보를 빼돌려 금융범죄 수단으로 쓰거나, 이를 빌미로 개별 업체에 돈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공격이 일반적인 해커 집단의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개입된 비정규전 형태의 하이브리드 공격 작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의 지원을 막기 위해 일종의 배후 공작 성격으로 이 같은 사이버 공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냉장고 사태가 발생하기 거의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프랑스 정부에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보안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 사건이 터지면서 배후가 러시아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시에 식료품 매장을 공격하면 피해 국가 국민들의 공포심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통상 국경지대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사재기가 벌어지는 곳이 슈퍼마켓과 마트다. 이런 곳을 대규모로 공격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심리전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계서 급증한 해킹 사례…日도 정보유출 심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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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문제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서 해킹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랐고, 일본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슈퍼마켓 냉장고 해킹이 워낙 특이한 사건이라 더 큰 관심을 받았을 뿐, 일본의 피해 역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최근 자민당이 비상회의까지 열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보고된 사이버 공격은 600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공격 횟수를 넘어섰다. 소프트뱅크, 다이와증권 같은 IT·금융회사는 물론 편의점 체인 로손, 노래방 체인 빅에코까지 고객정보가 털렸다.


유출 규모는 큰 건은 1400만건, 작은 건도 200만~300만건에 이른다. 이를 모두 합치면 우리나라 국민 전체 수준인 5000만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털린 셈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프랑스와 달리 개인정보 유출 후 해커 집단이 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랜섬웨어 공격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킹 피해가 전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들어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해킹 피해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꼽힌다. 생성형 AI가 대거 보급되고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AI를 이용한 해킹이 너무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과거 해킹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었다. 랜섬웨어나 스파이웨어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야 했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우회하는 방법이나 코드를 은폐하는 기술도 해커가 직접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 지식이 없는 초범들도 AI를 이용해 관련 프로그램이나 코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주요 사이트나 금융기관의 비밀번호는 사람이 일일이 대조해 입력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안이 유지됐지만, AI는 수백만 건이든 수천만 건이든 빠른 시간 안에 모두 대입할 수 있다.


결국 기존 보안 프로그램으로는 AI 해킹을 막기 어려워졌다. 특히 보안 프로그램이 노후화되고 그동안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던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프랑스 슈퍼마켓 냉장고는 물론 수도관, 송유관, 전선망 같은 기간 인프라는 그동안 사이버 범죄의 대상이 된 사례가 거의 없어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AI를 악용한 인프라 해킹이 늘고, 이를 빌미로 기업이나 국가에 돈을 요구하는 해킹 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속도조절론에도 영향…AI 해킹 막을 국제사회 공조 필요

해킹 문제는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해킹이 점점 쉬워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 규범을 만든다 해도 북한, 러시아, 중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해킹 조직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나라들의 활동을 어떻게 막을지가 문제다. 이들 국가에 원천적으로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의 발전 과정이 그러했듯 결국 AI 해킹은 AI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AI를 이용한 무단 해킹을 막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다.


관건은 AI 보안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다. 이미 사이버 보안 관련 범죄가 많았던 금융 분야나, 산업기술을 지키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온 제조업은 오히려 AI 보안 체제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반면 인프라와 소매 유통망 점포들은 그동안 관련 범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보안 체제를 아예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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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AI 보안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정부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 문제가 있는 데다, AI 보안 프로그램 역시 국가 간 보안 문제가 걸려 있어 쉽게 수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결국 자체 개발이 필요하지만 AI 자체의 개발 비용이 워낙 높아 대부분 챗GPT나 클로드처럼 일부 빅테크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AI 보안 체제를 운영하려면 단순히 돈만 들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결국 외교적 역량과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대체 왜?"…마트 700곳 냉장고 노린 수상한 해킹[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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