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시민단체 '센서십' 보고서 발간
여성 암 설명 위한 해부도도 삭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임산부용 베개 광고가 삭제되는 등 여성 건강 관련 콘텐츠가 부당하게 차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NS 업체들이 여성 건강 정보를 성적 콘텐츠나 민감한 게시물로 잘못 분류하면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여성 건강 콘텐츠 검열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센서십(CensHERship)'의 실태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 같은 사례들을 소개했다.
센서십은 영국을 기반으로 여성 건강 관련 캠페인과 함께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단체다. 단체명은 '검열(censorship)'과 '여성·그녀(HER)'를 협쳐 만들었다.
BBC에 따르면 아이린 브린은 지난해 1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임산부용 전신베개 광고가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브린은 임산부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베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이후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 측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제품명에 포함된 '임신'이라는 단어가 삭제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린은 "회사 웹사이트 전체와 제품명에서 해당 단어를 없애야 했다"며 "URL에 임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웹페이지 주소까지 모두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광고 제한 조치는 이후 해제됐지만, 메타 측과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는 BBC에 개별 사례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기업이 웰니스, 성 건강, 생식 건강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광고할 수는 있지만, 여러 국가와 문화권의 이용자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고 BBC에 설명했다.
여성 건강 분야의 콘텐츠 제작자, 의료 서비스 제공자, 자선단체와 교육기관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이 경험한 제한 조치는 게시물 삭제, 콘텐츠 필터 적용, 노출 제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센서십이 여성건강 분야 콘텐츠 제작자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 건강 관련 브랜드 관계자, 자선단체 관계자, 교육자 등 약 2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 제한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콘텐츠 노출 제한을 뜻하는 섀도배닝을 우려해 자기검열을 한다는 응답자 비율도 지난해 53%에서 올해 65%로 높아졌다. 섀도배닝은 게시물이 정상적으로 게시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검색, 추천, 피드 등에서 노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부인암 관련 자선단체 '이브 어필'의 아테나 람니소스 최고경영자(CEO)는 인스타그램에서 일부 해시태그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질암을 뜻하는 '#vaginalcancer' 해시태그의 검색이나 이용이 제약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람니소스는 외음부암(vulval cancer)을 설명하기 위해 여성 외음부의 해부학적 구조를 담은 교육용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지만, 정책 위반으로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몇 주 뒤 지나 게시물이 복구됐으나, 민감한 콘텐츠로 분류돼 가림 처리가 적용된 상태였다.
민감한 콘텐츠 가림 처리는 일반적으로 나체나 폭력적인 장면 등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게시물에 적용된다. 게시물을 흐릿하게 표시하고 이용자가 별도의 버튼을 눌러야 원본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임력 검사 기업 허틸리티(Hertility)의 디어드러 오닐은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을 앓는 여성이 자신의 통증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전했다. 오닐은 "그 여성은 우리 서비스를 팔지도, 허틸리티에 관해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뿐"이라며 "그런데 메타가 이 동영상을 삭제했고, 게시물을 '정치적 콘텐츠'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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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십 공동설립자인 클리오 우드는 "여성 건강에는 역사적으로 수치심과 죄책감이 따라붙어 왔다"며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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