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전기화의 꿈
삼면 바다…잠재력 풍부하고 생태계 갖춰
역대 정부 '해상풍력강국' 목표 제시 불구
풍력발전설비, 전체 재생에너지 6.5%뿐
주민수용성·복잡한 인허가·높은 개발비 등 원인
해풍법 통해 계획입지 제도 도입
인프라·국산 공급망 강화 등 과제 해결해야

편집자주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 에너지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자들이 다양한 현안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전남개발공사 영광 약수해상풍력 전경.

전남개발공사 영광 약수해상풍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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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대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AI 시대를 맞아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전기 국가로의 전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상풍력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광은 현재 재생에너지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좁은 육지 면적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서는 해상풍력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전체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풍력 발전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풍력발전 발전설비는 2.4GW(육상 2GW, 해상 0.4GW)로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37GW)의 6.5%에 불과하다.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초라하다.

[에너지 오디세이]⑬'바람의 나라' 대한민국, 해상풍력 강국이 될 수 있나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전력공사가 발간한 '2025년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2025년 기준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신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약 9.8%로 나타났다. 태양광이 전체 발전량의 약 6.0%를 차지한 반면 육상과 해상을 합친 풍력발전 비중은 0.6%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풍력의 발전량은 2356기가와트시(GWh)로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발전 비중이 줄었다.

"해상풍력 3대 강국"→"5대 강국"→"동북아 허브"로 낮아진 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3개 단지 123메가와트(㎿) 규모인 해상풍력을 2030년에 100배 수준인 12기가와트(GW)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2021년 12월 정부가 수립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비중을 14.3%로 상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달성률은 2.8%에 불과하다.


이보다 앞선 2010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서남해에 10조2000억원을 투입해 2.5GW의 풍력단지를 설치해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자고 했다. 서남해해상풍력은 이제야 400㎿ 2단계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전북 부안군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와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7.17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전북 부안군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와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7.1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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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해상풍력 강국'을 내세웠으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한때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거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대부분 철수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만 풍력터빈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해상풍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마침 2025년 2월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를 통과(2026년 3월 26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 중 87GW가 태양광이다. 육상풍력이 6GW이며 해상풍력은 3GW에 불과하다. 준공 및 착공을 포함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는 10.5GW다. 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14.3GW보다는 줄었다. 여러 현실의 벽을 인정한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7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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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이명박 정부)→'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문재인 정부)이었던 풍력 산업에 대한 정부의 비전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에서 풍력을 '국가 대표 10대 녹색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상풍력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공급 여력을 연간 4GW까지 달성하고 2035년에 '동북아 해상풍력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태양광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상풍력은 입지 개발부터 준공까지 최대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태양광은 빠른 시간 안에 늘릴 수 있다.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태양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에 비해 국내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풍력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상풍력, 조건은 갖춰졌지만…

풍력은 태양광에 비해 이용률이 높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해상풍력은 약 30%의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태양광의 이용률은 15% 남짓이다.


해상풍력은 대규모로 단지를 조성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유리하다. 2026년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 입찰에서는 500㎿ 이상 해상풍력 규모의 단지(해송3 해상풍력 504㎿, 해울이2 해상풍력 532㎿)가 선정되기도 했다. 500㎿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기에 맞먹는 규모다.


육지에서 한꺼번에 대규모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는 부지 확보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국내에서 단일 규모로 최대 태양광 사업은 '해남 재생복합단지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2028년까지 400㎿가 조성될 예정이다. 여의도보다 1.65배 넓은 479만㎡ 부지에 지어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잠재량도 풍부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공단이 펴낸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기술적 잠재량은 2022년 기준 367GW로 파악된다.

[에너지 오디세이]⑬'바람의 나라' 대한민국, 해상풍력 강국이 될 수 있나 원본보기 아이콘

중공업과 조선, 플랜트 산업이 강한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을 위한 산업 생태계도 잘 갖추어져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해상풍력 터빈과 고정식 하부구조물의 기술 자립도를 90% 수준으로 평가했다. 다만 터빈, 블레이드 등 풍력발전시스템의 자립도는 70%로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해상풍력을 위한 조건은 잘 갖추어져 있으나 실제 보급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국내에서 발전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물량은 34.3GW에 이른다. 하지만 보급 물량은 0.36GW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해상풍력, 왜 늦어지나

우리나라에서 해상풍력이 더딘 이유는 낮은 주민수용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부족한 인프라 및 공급망, 높은 개발 비용 대비 낮은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올해 3월 해상풍력특별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해상풍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28개 법령에 따라 42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전기사업법, 공유수면관리및매립에 관한 법, 환경영향평가법, 해양환경관리법 등이다. 상대해야 할 부처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제외하고도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국토부, 지방항만청, 국방부 등 10곳에 달했다.


이것을 모두 개별 사업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민원이 있으면 중앙 및 지방정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웠다. 사업자들은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조사하고 협의를 진행해야 했다.


해상풍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설치항만과 설치 선박이 필요하다. 해상풍력 터빈과 블레이드, 타워 등의 구조물의 무게는 수백t에 달한다. 무거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특수 항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목포신항이 유일하다. 해상풍력 설치선박(WTIV)은 2대(현대프론티어, 한산1호)에 불과하다.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가 전남해상풍력을 건설하고 있다. 전남해상풍력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가 전남해상풍력을 건설하고 있다. 전남해상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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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이 특히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자금 조달에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하는 데는 수조원의 비용이 수반된다. 해상풍력 건설비용은 통상 10㎿당 500억~9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풍력 개발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이 비용을 조달한다. 금융사들은 수익성을 살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공사 지연 등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착공조차 하지 못한다.

해풍법은 만능 해결사?

국회와 정부가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해상풍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복잡한 인허가 절차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특별법의 특징은 풍황계측기 설치부터 입지 개발, 주민 협상, 인허가 절차 등 개별 사업자가 지던 부담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사업자가 스스로 입지를 개발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정부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는 '계획 입지' 방식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풍황, 어업활동, 해양환경, 해상교통, 군사작전 영향, 전력계통 등을 조사해 예비지구와 발전지구를 지정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어업인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보상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다.


발전지구를 지정한 이후에는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후 사업자가 제출한 실시계획을 정부가 승인하면 28개 법령에 따른 42개 인허가 사항을 의제 처리하게 된다. 앞으로는 사업자가 일일이 행정청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해상풍력 사업을 관할하는 컨트롤타워도 생겼다. 정부는 각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예비지구 지정, 발전지구 지정 등 계획입지 전반의 주요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인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했다. 해상풍력발전위원회는 지난 9월2일 첫 회의를 개최하고 2031년까지 25GW의 입지를 확보해 예비지구를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상풍력 사업 전 과정의 실무를 총괄하는 해상풍력발전추진단도 구성했다. 추진단은 해상풍력 사업자의 인허가 절차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에너지 오디세이]⑬'바람의 나라' 대한민국, 해상풍력 강국이 될 수 있나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는 해풍법 시행 이후 해상풍력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을 약 10년에서 6년 내외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 보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건설 기간을 단축하면 비용을 절감해 결과적으로 해상풍력발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비싸다"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 현재 1킬로와트시(㎾h)당 300~320원인 해상풍력 발전단가를 2030년엔 250원 이하, 2035년엔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풍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 해풍법 시행 이전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다. 정부는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에 충족할 경우 기존 사업자도 특별법 체계로 편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주민 수용성을 위해 구성하는 민관협의회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관협의회는 지방정부와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주민 이익 공유, 지역사회 환원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주민과의 협의를 지자체에만 맡겨둘 경우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 인프라, 공급망은?

특별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설치항만, 설치선 등 부족한 인프라다. 정부가 아무리 서둘러 입지를 발굴하고 사업자를 선정해도 항구와 배가 부족하다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인허가 절차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인프라와 공급망 부족이 앞으로 해상풍력 확대의 병목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고시한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26~2030)'에서 목포항에 2선석을 추가하고 군산항, 인천항, 울산항, 태안항을 해상풍력 지원 항만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이중 울산항은 부유식 해상풍력 지원용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설치 선박도 민간과 공공의 투자를 유도해 2030년까지 15㎿급 4척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2028년 신안우이해상풍력 발전단지 투입을 목표로 15㎿급 설치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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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풍력터빈을 현실화하는 것이 숙제다. 국산 터빈은 8㎿까지 상용화했지만 해외는 15㎿까지 상용화한 단계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은 10㎿급 터빈을 실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15㎿급 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상용화에 늦은 15㎿를 건너뛰고 20㎿급 대형 터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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