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평석 바이젠셀 대표 인터뷰
혈액암 치료제 '첨생법 1호' 투여
줄기세포 NK로 뇌종양 정조준
지난달 개시된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에 따라 바이젠셀의 면역세포치료제 'VT-EBV-N'이 환자에게 처음으로 투여된다. 정부가 치료 목적 사용을 승인한 '첨단재생의료 치료 1호' 사례다. 임상시험에서만 쓰이던 세포치료제가 실제 진료 현장에 들어선 것이다.
기평석 바이젠셀 대표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건 암의 속성이 무력화됐다는 의미"라면서 "이번에 이뤄진 치료는 그 가능성을 환자를 통해 확인하는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허가 전 '첨생법 1호' 치료…4년간 재발 21명 중 1명
VT-EBV-N은 희귀 혈액암인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의 재발을 막는 치료제다. 환자 혈액에서 뽑은 T세포를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감염된 암세포를 알아보도록 훈련시켜 다시 몸에 넣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이 치료계획을 개정 첨단재생의료법에 따른 첫 치료로 승인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항암치료 후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 최대 15명에게 2년간 투여하게 된다.
근거는 임상 2상 결과다. 환자 46명을 4년간 지켜본 결과, VT-EBV-N을 맞은 21명 중 암이 재발한 환자는 1명뿐이었고 숨진 환자는 없었다. 비교 그룹 25명은 4년간 재발 없이 지낸 비율이 56%에 그쳤다. 이 결과는 올해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국내 세포치료제로는 처음 정식 구두발표 무대에 올랐다. 기 대표는 "형식은 2상이지만 처음부터 용량을 정하고 대조군과 비교한 사실상 3상"이라며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면역세포는 아직 암에 진화 안 돼"…발상 바꿔 NK 진화시킨다
이 같은 성과는 면역세포가 자체 진화를 통해 이미 갖추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면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기 대표의 발상에서 비롯됐다. 기 대표는 인류의 수명이 짧은 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탓에 면역세포가 암에 맞서도록 진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본다. 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없애는 일은 T세포가 오랜 진화를 거쳐 익힌 능력이다. VT-EBV-N은 여기에 착안해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암세포 안에 있는 EBV를 표적으로 삼았다. 기 대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라는 메시지만 잘 주면 잘 죽인다"며 "그래서 재발을 막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와 무관한 고형암과 관련해선 면역세포를 실험실에서 진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후속 파이프라인 VC-302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 암 인식 유전자를 넣은 뒤 자연살해(NK) 세포로 분화시킨 CAR-NK 치료제다. 기 대표는 "NK는 유전자가 바뀌면 일을 안 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중 암세포를 잘 죽이는 NK를 찾아낸 게 우리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피지훈 서울대병원 교수와 함께 한 뇌종양 마우스 실험에서는 세 차례 모두 종양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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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단가도 이 치료제의 강점으로 꼽힌다.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 T 세포는 환자 본인의 세포를 하나하나 가공해야 해 생산 단가만 수억 원에 이르고, 1회 투여 가격이 5억 원을 넘는다. 반면 바이젠셀의 iPSC 기반 NK세포치료제는 한 병을 수십만 원이면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열 번을 투여해도 비용을 CAR-T 1회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세포치료제를 항체의약품처럼 대량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바이젠셀의 궁극적인 목표다.
품목허가 준비…"미국이 못 한 걸 하겠다"
바이젠셀은 VT-EBV-N 품목허가를 위해 제품을 늘 같은 품질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VC-302는 내년 상반기 임상 진입이 가능한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 대표는 "세포는 미국도 힘들어하는 분야라 열심히 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라며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선봉에 서서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가진 세포치료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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