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들이고도 AI 활용 못 하는 기업들
업무 세분화·시스템 연계·보안 강화 등
기업별 특성 고려한 과학적 도입 필요
ISO 국제 표준 논의 참여로 위상 강화

[산업의 맥]AI를 우리 회사에 '과학적'으로 도입하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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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열풍이 계속 뜨겁다. 주식시장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재무성과에 따라 코스피 1만 문턱에서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될 정도의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개인들은 어떻게 AI를 써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장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많은 기업이 서둘러 AI 프로그램을 업무에 도입하는 추세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큰돈을 들여 AI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며 후회하는 경우도 주변에 적지 않다. 이런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우리 기업의 체질에 맞추어 과학·체계적으로 들여오는 방법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AI 도입은 단순히 유행하는 옷을 사 입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몸의 치수를 정밀하게 재서 딱 맞는 옷을 제작하는 맞춤 재단과 같은 과학의 영역이다.

AI를 회사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과정은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에도 비유할 수 있다. 셰프가 레시피에 따라 요리하듯, 기업도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업무를 작은 단위로 잘게 쪼개어 단순 반복적인 이메일 작성이나 정산, 고객 문의 등 어떤 부분에 AI를 넣었을 때 가장 시간과 비용이 절약될지 따져보는 작업이다. 그런 다음에는 AI가 기존에 쓰던 장부나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튼튼한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로 인한 정보 오류나 기밀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안전한 데이터 운영 규칙을 마련해야 비로소 과학적인 AI 도입이 완성된다. 이러한 혁신경영 방법에 대해 세계표준화기구(ISO)에서는 지난 10여년간 관련 논의를 한 후 'ISO 56000시리즈' 표준으로 공표해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철저한 과학적 방법으로 AI를 도입해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많다. 금융기술 기업 '테메노스(Temenos)'는 고객들과 힘을 합쳐 은행 업무를 돕는 똑똑한 AI 비서를 개발했다. 복잡한 금융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과 연결한 덕분에 업무 속도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도 수자원공사가 수돗물을 만드는 정수장에 첨단 AI 기술을 접목했다. 5G 통신망과 센서를 활용해 물의 상태를 예측하고 스스로 정수 과정을 최적화하는 AI 정수장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물관리 전문가들에게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AI 단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AI. 로이터연합뉴스

AI 단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AI.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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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I를 기업 혁신에 활용할 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세계 공통의 규칙인 국제 표준이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안전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세워주는 표준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정부가 글로벌 경쟁국들을 제치고 ISO 이사국 연임에 당당히 성공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향후 3년간 전 세계 표준 정책을 결정하는 중심 국가로 활약하게 됐다.


이런 뜻깊은 흐름 속에서 다음 달 2~6일에는 서울에서 전 세계 혁신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는 혁신경영 기술위원회(ISO/TC 279)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기업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 혁신경영은 누가 더 빨리 뛰어가느냐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안전하게 도달하는 방향성 경쟁이다. 제대로 된 기준과 준비 없이 유행만 따라 급하게 도입한 AI는 오히려 조직에 큰 혼란과 보안 위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ISO 총회는 우리 기업들에 기술 혁신의 올바른 내비게이션을 켜는 중대한 방향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안전한 국제 표준의 흐름에 발맞추어, 차근차근 과학적인 구조를 짜고 AI를 도입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일터는 더 똑똑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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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주 세종대 초빙교수(이노베이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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