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IMF 이사 기자간담회
선진국 중 재정여력 증가하는 나라 한국뿐
IMF, 빚 갚고 비축하는 '중립 재정' 평가
겉으론 AI 리스크 경고, 내부선 "10년은 간다"

최지영 IMF 이사는 "선진국 중에서 재정 여력(Policy Room)이 늘어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IMF 내부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긍정적 차별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최지영 IMF 이사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최지영 IMF 이사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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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마다 '특히 한국은' 수식어 붙어…전 세계 유일한 재정 여력 확보국

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최 이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재정경제부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전망(WEO)과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보면 한국 경제의 독보적인 예외성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중동 분쟁과 국가 간 무역 규제로 침체 압력을 받는 가운데, 한국만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며 세계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IMF 이사회와 스태프 회의에서 한국이 '부러운 예외 사례'로 취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99.9%의 국가들이 타이트한 긴축 재정을 요구받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재정 여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태프들이 글로벌 경제 동향을 설명할 때마다 '특히 한국은'이라는 전제를 달아야만 할 정도"라고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다수 선진국은 성장 정체와 재정 압박으로 정책 수단이 고갈된 상태다. IMF 역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전반적인 재정 정책 기조를 조여야 한다고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최 이사는 "이러한 범용적인 권고안은 한국 경제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IMF 스태프들조차 한국의 성장을 인정하며 "이런 와중에 한국만 좋아진다니 너무 부럽다"는 탄성을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

"빚 갚고 비축하는 재정 기조 합리적"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최지영 IMF 이사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최지영 IMF 이사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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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이사는 또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한국 정부의 재정 스탠스를 '중립적(Neutral)'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재정수입이 30% 넘게 폭증했음에도 재정지출 증가폭을 12.8%로 묶고, 나머지 여력을 국채 상환과 미래대응기금으로 세이브(비축)하는 구조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기업으로 치면 수익이 갑자기 늘었다고 부채를 다 갚는 것보다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투자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연차총회 당시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IMF의 '2031년 한국 국가 채무비율 63.1% 도달 전망'에 대해서는 "당시 많은 우려가 있고,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번 데이터에 주목해야한다"고 했다. 이번 연차총회를 앞두고 나온 IMF의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을 46.1%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치(54.4%)보다 8.3%포인트 낮았다. 2031년 부채 비율 전망치 역시 기존 63.1%에서 51.3%로 무려 12%포인트 가까이 하향됐다. 최 이사는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50% 언저리인 한국 같은 국가는 성장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부채 비율이 극적으로 요동친다"며 "국가채무 비율 수치 자체에 경직적으로 집착하기보다, 혁신 분야에 투자를 단행해 성장 동력 자체를 키워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적 AI 위험성 경고는 원론적…내부선 '10년간은 안 꺾인다' 전망"

'AI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증시 변동성에 대해서도 IMF 내부의 셈법은 달랐다. IMF가 표면적으로는 AI 발전이 불러올 금융 시스템 불안정성과 노동시장 타격 등 위험 요인을 경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산업의 체력은 굳건하다는 평가다. 최 이사는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구축에만 10년이 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며 "단순한 단기 붐이 아니라 긴 호흡의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에 AI 사이클이 무의미해지거나 확 꺾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IMF 내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나 시장 변동에 과민 반응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펀더멘털을 지켜봐야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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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이사는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외환제도과장, 국제금융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 국제 경제·금융 분야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국제통' 관료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 등도 역임했다. 30여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 4월 IMF 이사로 부임해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 입장을 국제사회에 대변하고 있다.


방콕(태국)=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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