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 비싸니 15만원 내라" "식사비용 거래하나" 결혼식 밥값 8만원 시대, 눈칫밥 먹는 하객들
서울 예식장 식대 1년 새 3.9% 상승
축의금 적정선 놓고 논쟁
축하와 품앗이 의미 퇴색 우려
가을 결혼식 성수기를 맞아 축의금의 적정 금액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 지역 예식장 식대가 1인당 8만원까지 오르면서 축의금도 최소 10만~15만원은 내야 한다는 주장과 결혼식 비용을 하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결혼을 축하하고 서로의 경조사를 돕기 위한 축의금이 어느새 식사 비용을 계산해 지불하는 '거래'처럼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의 결혼식에 왜 내가 눈치를 봐야 하나" 축의금 논쟁 확산
논쟁의 발단은 지난 1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근데 하객들이 왜 식대를 신경 써야 함?'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쓴이 A씨는 "요즘 서울 예식장 식대 평균이 8만원이고, 축의금은 15만원 정도는 해야 한다. 5성급 호텔에서 결혼하면 20만원은 해야 한다는 글이 많더라"며 축의금을 예식장 식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신랑·신부 본인들이 원하니까 그런 곳에서 결혼하는 것 아니냐"며 "지출이 얼마든 그건 신랑·신부 사정인데 굳이 하객들이 식대 신경 쓰느라 축의금을 더 낼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고급 예식장이나 호텔을 선택하는 것은 결혼 당사자들의 결정인 만큼, 그에 따른 비용까지 하객들이 부담할 이유는 없다는 취지다.
해당 글에는 축의금의 의미와 적정 금액을 두고 상반된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싼 예식장에서 식사를 대접받는 만큼 축의금도 그에 맞게 내는 것이 예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5만원을 내고 20만원짜리 밥을 먹으면 어떡하냐", "그래도 좋은 곳에 초청받았으면 나름의 비용을 내야 한다", "애초에 인지상정이라는 게 없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축의금이 식사비를 지불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누리꾼들은 "말 그대로 축의금이지 결혼식 비용을 N 분의 1로 나누는 게 아니지 않느냐", "식대에 맞춰야 한다면 하객이 결혼식에 가기 전마다 식대를 검색해야 하느냐", "재력이 있으니 비싼 호텔에서 결혼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실제 결혼식을 치른 한 누리꾼은 "나도 결혼했지만, 축의금 액수와 상관없이 결혼식에 직접 와준 사람들이 고맙기만 했다"고 밝혔다.
축하의 마음인가, 밥값인가…달라진 축의금의 의미
축의금은 본래 혼례를 치르는 집안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친척과 이웃, 지인들이 서로 돕던 품앗이 문화와 맞닿아 있다. 한 사람이 경조사를 치를 때 주변 사람들이 형편에 맞게 금전이나 물품을 보태고, 이후 다른 사람의 경조사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부조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식 비용이 급등하면서 축의금 액수 역시 식대와 비교해 판단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하객 입장에서는 축하의 마음보다 자신이 낸 축의금이 식사비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 누리꾼은 "원래 축의금 자체가 품앗이와 같은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서로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인데 자기 욕심 때문에 비싼 곳에서 예식을 하면서 더 달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돈 액수를 따지는 것은 품앗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며 "밥값이 비싸다고 따질 것이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축의금만 전달하고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서울 예식장 식대 8만원…축의금 부담 키운 결혼 비용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지속해서 오르는 예식 비용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지역 예식장의 1인당 식대 중간값은 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000원보다 3000원(3.9%) 오른 금액이다. 경기·인천 지역 역시 6만원에서 6만2000원으로 3.3% 상승했다. 반면 전국 예식장 식대 중간값은 6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예식 비용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지역 예식장의 1인당 식대 중간값은 8만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예식장 식대가 오르면서 축의금 10만원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일부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예식장 식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하객의 축의금까지 비례해 늘어나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예식 비용은 결혼 당사자가 선택하고 부담해야 할 지출이지만, 축의금은 하객과 신랑·신부의 친분이나 경제적 형편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축의금 액수를 두고 하객과 신랑·신부가 갈등하기보다 예식업계의 높은 비용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솔직히 너무 비싸게 남겨 먹는 업체가 문제인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 그냥 밥을 안 줘서 서로 눈치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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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축하에 대한 답례가 아닌 비용 회수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쩌다 하객이 돈 걱정하는 문화로 변질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축하해 주러 가는 게 아니라 돈 걱정을 먼저 하게 됐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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