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E, 고금리에 성과급 못줘 인재 이탈
저금리 때 빌린 인수금융 만기 속속
고금리에 투자처도 대형사로 집중

"이번 펀드는 청산 후에도 성과 보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 사모펀드(PE) 회의실에서 이같은 말이 흘러나오자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2018년부터 투자해온 A펀드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원들은 2021년 투자를 시작한 B펀드도 같은 길을 걸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회사를 사직하는 직원이 나타나더니, 1년새 전체 직원 3분의 1이 회사를 떠났다. 창업 파트너 3명 중 2명도 여기에 포함됐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PE 뉴스테이트캐피털파트너스에서 발생한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례와 함께 "고금리로 인해 특히 중견급 펀드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수십억 연봉 받는데 금리 올랐다고 벌벌 떤다고?[PE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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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시장이 고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빚을 끌어 기업을 사는 PE에 금리는 이자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유 기업의 가치가 깎이고, 사줄 곳이 줄어 팔지 못하고, 출자자(LP)에게 돌려줄 돈이 마르면 결국 성과보수도 사라진다. 이러한 연쇄 작용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위 사례다. 국내에서는 성과보수를 둘러싼 이직·사직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지만, 유사한 조건들이 쌓여가고 있어 업계는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수십억 연봉의 실체는 '캐리'

PE는 금융권에서도 '연봉 끝판왕'으로 통한다. 6~7년차 경력자가 연봉 5억원을 요구하다 채용이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한 임원은 하이브 투자로 9배 넘는 수익을 낸 2021년 약 170억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PE 운용역의 기본급과 상여는 펀드 약정액의 연 1~2%인 관리보수에서, 큰돈은 펀드 이익의 20% 안팎인 캐리(성과보수)에서 나온다. PE 업계에서 수십억원대 성과급을 받았다는 얘기가 바로 이 캐리 덕분이다. 물론 캐리는 받기 까다롭다. LP에 원금과 연 8% 안팎의 기준수익률(허들)을 먼저 돌려줘야 운용사 몫이 생긴다. 장부상 이익이 허들을 넘어도 기업을 팔아 현금을 쥐지 못하면 나눌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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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캐리는 투자한 기업을 제값에 팔아야 손에 쥘 수 있는데, 고금리가 이 조건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차입비용이 오르면 보유 기업의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사려는 쪽도 비싸게 빌린 돈으로 사야 하니 기대수익률을 더 높게 잡는다. 같은 기업이라도 받을 수 있는 값이 떨어지는 셈이다. 다른 사업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대형 운용사와 달리, 바이아웃 한 우물만 파온 중견 운용사가 먼저 흔들리는 이유다.


빚은 비싸지고 팔 곳은 없고…돈줄도 마른다

가장 아픈 곳은 금리가 바닥이던 2020년~2022년께 기업을 사들인 펀드다. 인수금융은 대부분 고정금리라 당장은 버틴다. 문제는 만기다. 통상 5년 만기로 빌린 2021년 차입금이 올해부터 돌아온다. 2021년 인수 당시 4%대에 빌린 인수금융을 지금 갈아타려면 7% 안팎의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1000억원을 빌렸다면 연이자가 20억원 넘게 불어나는 셈이다. 수천억원대 인수금융의 만기가 올해 연말 돌아오는 대형 포트폴리오도 있다. 차환 대신 만기 연장으로 시간을 버는 곳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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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쪽은 손실을 확정하기 싫다. 그 결과가 '안 팔고 버티기'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PE의 평균 보유기간은 6.6년으로 2011~2020년 평균(6.1년)보다 길다. 2021년 인수한 기업 중 지난해까지 팔린 곳은 19%뿐이다. 자산을 새 펀드로 옮겨 보유기간을 늘리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도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기엔 버티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이자는 쌓이고 허들은 해마다 높아진다.


팔지 못하면 LP에 돌려줄 돈도 없다. 2025년 6월까지 1년간 PE가 LP에 분배한 돈은 운용자산의 6%로, 2015~2019년 평균(16%)의 3분의 1 수준이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LP는 다음 펀드에 지갑을 닫는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결성된 글로벌 PE 펀드는 523개로, 2023년(1840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돈은 덩치 큰 곳으로만 몰려, 펀드당 평균 규모는 약 3억6000만달러에서 7억달러로 두 배가 됐다. 특히 2억5000만~5억달러 규모 펀드의 조달이 크게 줄었다. 앞서 본 A펀드와 B펀드같은 중견 운용사의 주력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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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쌓이는 고금리 청구서…이달 금리 주목

돈이 확실한 곳으로만 몰리는 현상은 나라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아시아·태평양 PE 투자에서 한국 비중은 2020년 14.2%에서 올해 상반기 8.3%로 낮아졌다. 그 자리는 일본이 채웠다. 삼정KPMG는 국민연금의 신규 국내 PE 출자 중단과 함께 조달금리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저금리 시기 고가에 투자하며 자산 회수가 막힌 한 외국계 PE에서는 최근 1년 새 창업 멤버와 핵심 임원이 잇따라 독립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올초 국내 주요 PE에서 핵심 인력들의 이직이 잇따르긴 했지만, 미국처럼 캐리 갈등으로 인한 사례는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고금리에 따른 영향은 국내도 마찬가지로 누적돼 나타나고 있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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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8일 금리를 결정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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