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KAI 노조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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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사천에서 상경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와 경영권 침해 시도를 막겠다는 집회를 열기 위해서다. 집회는 계속된다. 노조는 이달 말과 12월에도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KAI 노조가 회사의 경영권 문제를 둘러싸고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한항공의 인수 추진 당시에도 KAI 노동조합원 약 1800명이 상경해 민영화 반대 집회를 열었다. 상급 단체도, 소속 기업도 아닌 타사 노조까지 가세했다. 민주노총 산하 LIG D&A 지회는 한화의 KAI 인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노조는 콕 집어 한화를 지목했다. KAI를 인수할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화그룹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보하며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계열사별 보유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 1.01%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가 KAI 지분 15% 이상을 확보했지만,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주식 취득을 일반심사 없이 승인했다.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정부 측 지분율이 35%를 넘는 점 등을 고려했다.

KAI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수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수은이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컨설팅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은은 KAI 매각이나 민영화를 염두에 둔 작업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번 용역을 통해 KAI의 진행 사업, 수출 규모, 원가, 인사, 노무 등 내부살림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업계에서 "매각 절차를 위한 청구서 작성 절차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만류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은이 KAI 경영악화를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회사의 경영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방침이지만 정권에 따라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나눠 갖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KAI의 실적은 참혹하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UH-60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차세대 정지궤도 기상 위성 '천리안 5호' 개발 사업 수주에 연이어 실패했다. 1조5593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 사업 입찰에도 고배를 마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AI 인수를 노리는 기업은 많다. 대표적으로 LIG D&A다. 업계는 KAI의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을 매수하는 데 3조원가량 예상했지만, 주가가 상승하면서 7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LIG D&A는 자사가 30%를, LG그룹 계열사가 70% 자금을 투자한다면 인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수작업을 했다가 계엄으로 인해 무산됐고, 주가가 오르면서 인수설은 멈칫했다.


현대차그룹도 KAI 인수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에 설립한 슈퍼널을 활용해 2028년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KAI는 군용 항공기 개발에 집중하며 독보적인 비행체 설계 기술을 축적해 왔다. 현대차그룹의 대량 생산 능력, 글로벌 공급망을 '항공 DNA'와 결합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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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립됐다. 정부가 KAI의 민영화에 나섰고, 여러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시장 논리에 맡기면 된다. 기업의 소유 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M&A), 국가 방산 생태계의 재편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정상적이다. 독과점이 우려된다면 정부가 나서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적으로 막으면 된다. 노조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 노조는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만 신경 쓰면 된다. 인수가 결정되기도 전에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입맛에 맞는 주인을 고르겠다는 나서는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카르텔형 노조'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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