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병해충 의심 증상을 발견한 청년농업인 A씨는 그동안 진단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마을 어르신께 묻거나 병해충·토양·기상·농약 정보를 여러 시스템에서 따로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벼를 찍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영농정보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이삭이'에게 묻기만 하면 병해충 진단과 해법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농진청은 'AI 새싹이'를 도입해 연구자들의 연구·기술보급·행정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20일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이삭이 다운로드 수는 1만7819건, 농업인들의 질문 건수는 9만건에 이른다. 농진청 관계자는 "AI 이삭이는 농업인이 여러 시스템을 옮겨 다니지 않고 하나의 AI와 대화하면서 필요한 영농정보를 얻도록 만든 서비스다"며 "농진청이 오랜 기간 축적한 농업 전문지식 56만페이지와 병해충 이미지 30만장을 기반으로 삼아 답변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묻고 찍으면 AI가 답한다…농업인 손안의 '박사급 영농비서'
농진청은 지난달 30일 답변 성능과 현장 활용성을 강화한 '이삭이 2.0'을 출시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사진으로 병해충을 진단하는 영상진단 기능이다. 또 비료 사용량 추천과 음성 영농일지 기능을 추가하고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개편했다. 병해충 피해가 아닌 경우 등록된 전문책자(농업백과)에서 유사 증상을 찾아 답변한다. 전담 요원과 분야별 기술위원(25명)으로 구성된 품질보증팀도 운영하고 있다.
흩어진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잇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농약·기상·과수·식품·경영·축산 등 17개 정보시스템 36개 서비스를 연계할 예정이다. 연계가 완료되면 한 번의 질문으로 기상·토양·병해충 위험과 농약 등록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내년에는 맞춤형 경영컨설팅과 타 기관 데이터 연계, 웹 검색 기능을 더한 'AI 이삭이 3.0'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배우고, 나누고, 직접 만든다…직원들은 업무용 'AI 새싹이'
농업인에게 이삭이가 있다면, 농진청 직원들에게는 새싹이가 있다. 새싹이는 연구·기술보급·행정을 지원하는 업무용 AI다. 대표적으로 자체 구축한 프로토타입 'AI 동료연구자'는 과거 10년간 연구자료 1만2504건을 연결해 신규 과제의 중복 여부를 검토한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단편 기술을 묶어 현장실증 연구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국립식량과학원은 민원·연구과제 정보 제공과 국회 대응을 돕는 행정지원 챗봇을 구축했다.
AI를 쓸 사람도 함께 키우고 있다. 농진청은 디지털 바이와 인공지능 모델 개발, 농업로봇 등 첨단 분야 전문 인재 13명을 채용하고 있다. 또 직렬별 직무와 연계한 AI 활용 실습교육 및 직원 AI·데이터 역량 진단을 추진 중이다.
농진청은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멈추지 않는다. 온라인 지식공유 커뮤니티 'AI 두레텃밭'에는 1106명이 참여해 활용 경험을 공유하고, 직원들이 직접 필요한 AI를 설계해 보는 '함께하는 AI 아이디어톤'에서는 59건 중 8건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업무 분야를 기반으로 담당자를 추천하는 '찾으미'와 이상기상 대응 과수 의사결정 지원 '과수지키미', '한글 보고서 비서' 등은 직원들이 일하면서 겪은 불편에서 출발했다. 아이디어톤으로 현장의 AI 수요를 발굴하고, 프로토타입으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뒤, 공통으로 쓸 만한 기능을 AI 새싹이에 담아 조직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데이터 개방·연구-보급 연계' 현장 도달 속도 높인다
AI 서비스와 연구혁신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다. 이에 농진청은 7월14일 국가중점데이터 개방사업에 착수해 AI 학습용 병해충 이미지의 수집·개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진·영상 같은 비정형데이터까지 수집 범위를 넓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연 '농업·농촌 공공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에는 290개팀이 참가했고, 시상식에서 선정된 수상작 가운데 10개팀이 농진청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 후 보급'으로 진행되는 기존 방식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연구가 끝난 뒤 기술을 보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보급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사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보급될 수 있도록 연구과제 종료 전에 '현장성능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필요한 첨단기술을 밖에서 찾아오는 '첨단기술 스카우팅'도 시범운영 중이다. 자율주행 운반로봇 활용 등 시범과제의 현장 적합성을 점검하는 한편, 농진청은 농업에 적용 가능한 민간기술을 신속하게 발굴하기 위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및 국가기술은행(NTB) 등과 연계해 기술정보를 활용하고 기술발굴·매칭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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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 농진청장은 "AI 이삭이를 통해 농업인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농진청의 최신 농업기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도화를 거쳐 모든 농업인이 영농 현장에서 꼭 찾는 지능형 영농비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AI 새싹이'로 연구·기술보급·행정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연구 성과가 농업 현장에 더 빨리 닿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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