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해킹·뱅크런…위기 때마다 긴급회의로 대응
금융사 본점 91.6% 수도권 집중…현장 소통·대책 조율 차질 우려
금융위·금감원 동반 이전 가능성…서울 거점 유지 등 보완책 필요

금융위원회의 내년 하반기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당국의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돌발 악재가 발생했을 때 관계기관을 신속히 소집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이 밀집한 서울을 떠나면서 현장과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서의 기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근 금융권 침해 위협 대응을 위한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근 금융권 침해 위협 대응을 위한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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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기업 구조조정, 레고랜드 사태 등 주요 위기 때마다 시장 불안을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가까운 예로 금융위는 15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8% 이상 급락하자 이날 오후 2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 수준인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한때 10% 이상 밀리며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한국거래소 등 시장 관계기관들을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이 위원장이 시황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불러 함께 논의하기도 하고, 한 장짜리 보고서를 들고 사무처장 방으로 뛰어가기도 한다"며 "세종으로 이전해 실무진은 세종에, 간부들은 서울에 있게 되면 이 같은 신속한 보고와 논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금융권을 향해 가해진 해킹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킹 사고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유관기관 회의를 열고 인공지능(AI)발 해킹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개천절 연휴였던 지난 4일에도 이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해킹 침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코스피가 장중 5600선도 무너진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6008.81) 대비 335.8p(5.59%) 내린 5673.01로 개장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2026.10.15 조용준 기자

코스피가 장중 5600선도 무너진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6008.81) 대비 335.8p(5.59%) 내린 5673.01로 개장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2026.10.15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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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넓혀보면 2011~2012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연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는 토요일 새벽 긴급회의를 열고 유동성 불안이 심각한 일부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예금자 불안이 추가 인출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영업 개시 전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는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정부는 주말인 일요일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시장이 월요일 개장하기 전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놔 불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대기업 구조조정 역시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의 긴밀한 협의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자금난이 발생하면 손실 분담과 추가 자금 지원 여부 등을 빠르게 결론 내려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 원활히 소통하고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이 같은 긴급 대응 체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회사 본점의 91.6%,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융위의 세종행이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정책 수립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회의로는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 등 긴밀히 소통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까지 연내 발표 예정인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금융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두 기관이 모두 서울을 떠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시장과 정책·감독 당국 간 물리적 거리가 동시에 멀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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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협업하는 금융기관과 회사들이 모두 서울에 모여 있는 만큼 평상시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금융위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데 따른 행정력 낭비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위치는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의 행정기관 이전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발전과 안정에 직결된다. 세종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위기 대응 체계가 차질 없이 작동하도록 서울에 일부 조직과 핵심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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