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88%가 30·40대…대학으로 이직 집중
낮은 보상에 연구 자율성 문제까지…인재 확보 경쟁력 흔들

국가 연구개발(R&D)의 핵심인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젊은 연구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박사급 신입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5800만원 수준에 머물고, 기관에 따라 초임 연봉이 2300만원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출연연을 떠난 연구자 10명 중 9명은 30·40대로, 상당수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주희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각각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3개 출연연의 박사급 초임 연구직 평균 연봉은 5801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졸·군 미필·무경력자를 기준으로 산출한 연봉계약액으로, 각종 수당과 연구수당 등은 제외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시설 복도. 지난해 출연연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연구직의 88.4%가 30·40대로 나타나면서 젊은 과학자들의 인재 유출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종화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시설 복도. 지난해 출연연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연구직의 88.4%가 30·40대로 나타나면서 젊은 과학자들의 인재 유출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종화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기관별 격차도 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703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6786만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6695만원), 한국원자력연구원(6636만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한의학연구원은 4716만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국가독성과학연구소(4729만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4897만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5019만원)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고와 최저 기관의 초임 연봉 차이는 2321만원으로, 약 1.49배에 달했다. 연구 분야와 기관별 재정 여건, 보수 체계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정부출연연 사이에서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연구자 이탈 현상도 뚜렷했다. 지난해 출연연 연구직 자발적 퇴직자는 155명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91명, 40대가 46명이었다. 전체 퇴직자의 88.4%가 30·40대로 역대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자발적으로 퇴직한 연구직은 모두 1487명으로, 이 중 84.6%가 30·40대였다. 30대 퇴직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4.3년, 40대는 9.9년으로 나타났다. 출연연에서 연구 경험을 쌓은 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들이 가장 많이 향한 곳은 대학 등 학계였다. 최근 10년간 30대 퇴직자의 62.7%, 40대의 64.6%가 학계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만의 문제 아니다"…연구환경 개선도 시급


출연연을 떠나는 배경에는 보수 문제뿐 아니라, 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연구 자율성과 근무 여건, 경력 발전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실 내부. 실험 장비와 연구 물품이 놓인 공간에 연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출연연에서 30·40대 연구자들의 이직이 이어지면서 보수와 연구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실 내부. 실험 장비와 연구 물품이 놓인 공간에 연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출연연에서 30·40대 연구자들의 이직이 이어지면서 보수와 연구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국가 R&D를 수행하는 출연연에서 연구 경험을 축적한 인력이 대학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장기 연구과제의 연속성과 연구역량 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기관별 처우 격차가 큰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장기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주희 의원은 "민간기업과의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출연연 간 보수 격차까지 방치하면 처우가 낮은 기관은 인력 이탈을 피하기 어렵다"며 "과기정통부와 NST가 기관별 보수 실태를 점검하고 출연연 전반의 처우를 상향 평준화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

김남국 의원도 "30·40대 연구자는 국가 R&D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력인데, 이들이 출연연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우수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